사람은 살면서 좋은 일뿐 아니라, 힘든 일을 겪었을 때에는 평소 가깝다고 생각하는 누군가를 찾아가서 이야기하고 싶어집니다.
그런데 그렇게 말하는 이들 거의 대부분은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자신의 현재 문제를 100%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말하지는 않습니다. 아니 50%도 안 될 수 있고요.
때로는 그 어떤 해결책은 바라지 않은 채 단지, ‘힘들겠구나! 속상하겠구나!’하는 표정으로 자신의 마음을 헤아려주기만 해도 좋습니다.
예전에 평소에 가깝게 지내던 형제님이 힘든 문제를 솔직하게 말해 주었던 일이 있습니다.
어머니의 죽음, 거기서 오는 아픔, 그 아픔 때문에 겪는 가족 안에서의 갈등, 배우자와 잦은 말다툼 및 직장 생활에서 오는 힘든 일 등을 털어놓았습니다.
평소 상담 상황이면, ‘이분의 현재 긴장을 어떻게 풀어 줄까!’를 시작으로 이분의 이야기를 어떻게 재구성하고 문제의 본질에 어떻게 다가갈까 했을 터인데 뭐 그런 것 없이, 아는 분이라 한 두 시간 동안 ‘많이 힘드셨구나. 마음이 정말 아팠겠구나!’ 이렇게 단 두 마디만 계속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연락이 왔습니다.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된 것 같다고.
그러면서 ‘그날, 너무 좋은 조언, 지금까지도 힘이 되었습니다.’
단지 두 마디를 계속 했을 뿐인데! 누군가의 힘든 이야기를 털어 놓았을 때, 이야기를 듣고 먼저 ‘판단 및 분류, 그리고 해결과 처방’을 주려는 생각을 우선적으로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나는 늘 타인을 도와야 해, 벗을 위하여 자신을 내어 놓을 수 있는 것이 참으로 아름다운 삶을 사는 것이야’라는 생각의 ‘비약’을 통해 자신에게 찾아오는 이들에게 ‘도와주고 싶은 지나친 열정’으로 상대방의 현재 처한 상태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경우를 흔히 봅니다.
우리에게 힘든 이야기를 털어 놓은 이들이 어린 나이가 아닙니다. 그들 역시 자기 죄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고, 단지 몇 마디 ‘해결책이나 조언’을 듣는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상대방 눈을 보고, 상대방 이야기가 아픈 강도 만큼이나 마음을 담아, 고개도 끄덕여 주면서, 낮은 목소리로, ‘마음이 많이 아팠겠다! 지금 많이 힘들지!’라는 말을 한 마디, 진심으로 건넬 수 있다면, 그 말이 오히려 더 큰 힘이 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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