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위기 25장 10절의 해방선언에 대한 고대 개념은 고대 근동, 특히 아시로-바빌로니아의 「사면법」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아카디말에서 사면법을 가리키는 중요한 단어는 「정의」를 뜻하는 「미사룸」(misarum)과 「자유」혹은 「원래의 상태로 회복함」을 뜻하는 「안두라룸」(andurarum)이다. 이 용어들, 특히 안두라룸은 빚을 탕감하고 부동산 매매를 취소하는 전문 용어로 사용되었다.
암미-사두카와의 칙령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만일 눔히아, 에무트-발룸, 이다-마라즈, 우룩, 키수라, 말기움에사는 어떤 자유인이 법에 묶여 자기 자신이나 그의 부인 혹은 자녀들을 종으로 내어주었다면 … 왕이 땅위에 평등성을 세웠으므로 그는 해방된다. 그는 원래의 상태로 회복(andurasu:「그의 자유」)되었다』
왕이 전쟁에서 승리할 때에 사면법을 공포하여 빚을 탕감하고 부동산의 매매를 취소시키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정의를 실현하려 했다. 재미있는 것은 수메르 말에서 「머어니에게 되돌려 준다」는 표현이다. 라가쉬 첫 왕조의 엔테떼나 왕(기원전 1430년경)의 문서에서 「그는 라가쉬를 위해 자유를 설정하였다. 아들을 어머니에게, 어머니를 아들에게 돌려주었다. 그는 빚진 밀값을 없앴다」는 말을 읽을 수 있다. 이런 표현은 왕들이 고아와 과부 등 사회의 약자들을 보호하고 빚 때문에 노예가 된 사람들을 원래의 자유로운 상태로 회복시키려는 노력으로 이해된다.
흉년이나 전쟁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어떤 사람이 땅을 담보로 빚을 지게 되면, 당시의 법은 그 빚을 반드시 갚도록 규정했다. 빚을 갚을 길이 없을 때에는 가족 중에 누군가를 종으로 내어 주어야 했고, 때로는 그 자신도 노예가 되어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조상으로부터 물려 받은 얼마되지 않는 땅이라도 보존하려고 했던 것이다.
고대사회에서 자신의 땅을 잃는다는 것은 완전한 시민으로서의 지위를 갖지 못한다는 것을 뜻했다. 땅을 남에게 팔아넘기는 행위는 가장 마지막 단계에서 어쩔 수 없이 했던 일이었고, 이로써 그는 노예로 전락했던 것이다. 왕들은 약한 사람들 빚진 사람들을 도와 그들이 자기 나라의 시민으로 남도록 해야 했다. 그것은 왕이 너그럽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려는 뚜렷한 의지를 가졌기 때문이 아니라, 시민들이 많아야 그만큼 많은 세금도 거둬들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에서 왕은 칙령을 내려 모든 빚을 탕감하게 했던 것이다.
그러나 장사로 인해 생긴 빚은 탕감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곧 장사를 위해 돈을 꾸어 쓴다는 것은 채무자와 채권자 모두에게 어떤 이득을 주는 것이었고, 또 이런 빚마저 무효화해주면 아무도 상업에 손을 대지 않을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왕의 칙령 혹은 「왕의 결정 사항」(simdat sarrim)은 사회의 특수한 계층, 곧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이용해 더욱 많은 재물을 축적하는 것을 막아야 했고, 고아와 과부 등 보호받아야 할 사람들이 더 이상 관료들로부터 착취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법을 선포해야 했다.
결론적으로 성서 밖의 고대 세계에서 희년은 빚을 탕감해줌으로써 모두가 완전한 의미에서의 시민권을 행사하게 하려는 데에 그 본래의 취지가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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