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약 25년쯤 되었을까. 꽤 오래 전의 일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라고 기억된다. 구정 때 성당에서 선배들과 함께 고아원을 방문했던 적이 있었다. 지금의 명동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안에 고아원이 있었다. 학생들이 선물 꾸러미를 들고 수녀님의 안내에 따라 어린 고아들이 있는 큰 방으로 갔다. 거기에는 아직 유치원에도 갈 수 없을 만큼 어린 아이들이 수십명이나 있었다. 난 지금도 그 아이들 모습이 눈에 선하다. 너무 불쌍하고 애처로웠다. 처음에는 우리를 경계하는 눈빛으로 멈칫거렸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우리에게 다가와 안기기도 하고 놀기도 했다. 우리가 고아원을 떠날 시간이 되자, 한 어린이가 나를 붙잡고 놓지 않으려 했다. 눈물을 흘리고 발버둥치는 그 아이를 간신히 떼어놓고 서둘러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 아이의 울음소리를 뒤로 하고 돌아오는 길 내내 우리도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 얼마나 사람의 손길이 그리웠으면 그랬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 세상에 불쌍한 사람이 많이 있지만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어린 고아들처럼 불쌍한 사람이 또 있을까.
우리도 살면서 가끔 고아처럼 자신이 외롭다고 불쌍하게 느끼는 적이 있을 것이다. 사랑하는 이의 배신이나, 이별, 몰이해 등은 우리를 때로 고아처럼 비참하게 만든다. 사실 어떤 의미에서 참 아버지이신 하느님을 알고, 그분안에 안주하기까지는 우리는 영적으로 고아이다.
우리가 주님을 찾고 만나기까지 불안과 방황의 삶을 살 수 밖에 없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사랑하는 제자들과 이별의 말씀을 나누신다.
사랑하는 이와의 마지막 이별은 상상만 해도 가슴이 쓰리고 아픈 것이다. 그런데 주님은 위로의 말씀과 약속을 하신다. 『나는 너희를 고아들처럼 버려 두지 않겠다. 기어이 너희에게로 돌아오겠다』주님은 이 험난한 세상에 우리를 사랑에 굶주리고 불쌍한 고아처럼 버려 두지 않겠다고 약속하신 것이다. 그 약속이 희망이교, 위로인 것이다. 그래서 윌는 지금 고통의 늪에 두 발이 빠져 있어도 실망하지 않을 수 있다. 언젠가 그날이 오면 주님을 다시 뵙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주님은 영원한 이별이 아니라, 또 다시 다른 만남의 약속을 하셨다. 주님을 떠나보낸 빈 자리에 하느님 아버지께 청해 우리에게 협조자, 즉 성령을 보내주신다고 약속하신다. 그 협조자는 우리를 위로하시고 지켜주시며 변호해주실 것이다. 또한 그분은 우리의 신앙생활의 위로와 어려움과 고통을 극복하도록 신체적으로 도움을 주신다.
사실 우리가 어렵고 고통스러울 때 혼자 있는 것, 아무도 나를 도와줄 이가 없다는 사실이 더 고통스럽게 만든다. 때로 고통과 어려움이 지나치면 부모나 가족도 지쳐버려 등을 돌릴 때도 없지 않다. 그러나 주님은 어떠한 고통과 어려움이 와도 우리를 버리지 않으시겠다는 것이다. 얼마나 고맙고 위로가 되는 말씀인가.
주님과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우리는 주님을 늘 기억하여 그리워하고 살아야 한다. 또한 그분의 말씀을 잘 지키며 사는 것이 그분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길이다.
그래서 주님께서도 너희가 나를 사랑하면 내 계명을 지키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주님의 계명은 다름이 아니라 이웃사랑이다. 이웃사랑은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신 새로운 계명이며(요한 13,34) 실제로 가르쳐주신 삶과 행동의 원리이다. 그 모범과 기초는 바로 예수님의 사람이다.
우리가 매일의 삶 속에서 예수님의 계명을 지치고 살려고 노력할 때, 우리는 주님 안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 순간 우리는 외롭지도 방황하지도 비참하지도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주님이 우리를 극진히 사랑하시고 도와주시며, 보호해주시기 때문이다.
『우리의 보호자이신 주님, 언제나 우리 곁에서 우리를 지켜주십시오. 아멘』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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