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정동극장에서 한(恨)을 토해낸 「어머니」가 이젠 지방으로 나들이 갔다. 5월 8일 대구에 나타난 「어머니」가 15~16일은 수원의 경기도 문화예술회관에서 모습을 보인다.
한 여인의 일대기이자 가족사를 다룬 연극 「어머니」.보릿고개를 넘어 산업사회로 이어지는 격동의 세월속에서 쓰라리고 고된 삶을 살아온 어머니가 아들 가족에게 지나온 삶을 회상하듯 들려주는 서사방식의 연극이다.
어머니 역을 맡아 생명력 넘치는 감성으로 극의 완성도를 한껏 높힌 손숙(55·헬레나)씨. 그녀는 연극 「어머니」를 이렇게 말한다.
『이 작품은 우리 현대사를 살아온 한 어머니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애틋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보편적인 한국의 어머니, 즉 우리 모두의 어머니 이야기를 무대위에 담백하게 풀어 놓아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답니다』
「세자매」(안톤 체홉) 「파우스트」(괴테) 「홍당무」(르나르작)「초승에서 그믐까지」(윤조병)「신의 아그네스」「그 자매에게 무슨 일이 일어 났나?」…. 그녀가 공연한 연극들은 수없이 많다. 번역극에서부터 창작극까지 어떤 역이든 훌륭히 소화해 냈다. 이번 「어머니」에서도 「이 시대 영원한 한국의 어머니상」을 재현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손숙씨는 공연에 앞서 연출가로부터 대본을 건네받고 전율을 느꼈다고 한다.
『제 머어니 같았어요. 안동 손씨 종가집에서 시집살이 하시며 아버지 사랑 한번 제대로 받지 못한 어머니가 눈에 아른거렸어요. 일본 여자를 만나 일본에서 사셨던 아버지 때문에 3남매를 거의 도맡아 키우느라 그런지 참 억척스런 분이셨죠』
1944년 경남 밀양에서 완고한 유교집안에서 태어난 손숙씨가 세례받은 것은 중학교 2학년때. 성실한 신심을 가진 어머니의 인도로 하느님을 알게 됐다.
TV MC로, 라디오 진행자로, 신문의 명칼럼니스트로, 저자로 너무나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손숙씨. 『신앙에 대해서는 별로 내세울 것이 없지만 연극도 또 하나의 성소』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환한 웃음을 머금는 그녀에게서 성숙한 신앙인으로서, 완숙한 연극인으로서의 체취가 물씬 풍겨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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