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미장원 강(姜)언니는 최신 유행머리를 척척 빗겨내지는 못한다.
그러나 파마약 제대로 쓰고, 꼼꼼하게 머리를 만져주는 걸로는 인정을 받는 사람이다.
배냇머리 깎으러 온 아기에게 어찌나 조심스럽게 가위질을 하는지 콧등에 송글송글 땀이 맺혔다.
『아가야, 니 머리카락을 내가 제일 먼저 자르는 사람이 되었구나』
그 첫번의 기념으로 무료봉사라고 웃는 강언니. 보조미용사 한 사람과 열심히 억척스럽게 미장원을 꾸려가는 그녀에게는 딸이 하나 있다.
며칠 전 미장원에 들렀을 때 몸이 좀 안좋다면서 방에서 나오는 강언니는 얼굴이 퉁퉁 부어 있었다.
그 날에사 알게 된 것은 초등학교 6학년짜리 딸 아이가 요즘 부쩍 엄마를 마음 아프게 하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다.
말대꾸 아니면 말 안하기로 애를 태우고, 어제는 학교 선생님에게서 면담 요청이 있어 알게 된 딸아이의 도벽.
『기영이가 앉았다 가면 뭔가 없어진다는 거예요. 저번에 헤어밴드도 없어졌고 열쇠고리와 테입도 그렇고』
더 기가 막힐 일은 남으니 물건을 훔치고 있다거나, 내가 나쁜 짓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별로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엄마의 절망스런 기분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필요한 거 다 사주고, 용돈도 쓸 만큼 주는데, 아버지 없어도 기죽지 말라고』
강언니는 눈물을 닦았다.
자기 방으로 살짝 들어가려는 딸아이를 향해 엄마는 소리 지른다.
『너, 이리 와! 왜 속을 썩이니 누굴 닮아 그 모양이야!』
『누군 누굴 닮아요? 엄마가 싫어하는 그 사람 닮았지. 엄만 돈밖에 모르잖아. 돈 많으면 애들거 다 갚아줘』
『기영아, 넌 공부만 잘하면 돼. 니가 무슨 고민이 있는 거냐구』
엄마는 딸의 어깨를 잡고 흔들며 묻지만 딸은 조개처럼 입을 꼬옥 다물고 있었다.
이제 무엇인가 알 것 같은 나이, 알아야 될 것 같은 나이의 이 아이는 그야말로 고민 덩어리다. 엄마가 싫지만 측은하고, 함께 살지 않는 아버지가 그립지만 밉고 그보다 자신이 싫어지기 시작하는 아 아이가 고민이 없다니.
비디오 가게 앞에 설치한 스티커 사진 박스에서 나오는 기영이. 키는 자기 엄마 만큼하고 가슴께도 달라진 모습이다. 내가 알은 채를 하니까 마지못해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이 된다.
『기영아, 너 책 읽는 것 좋아한다지, 우리 집에 갈까?』
의외로 순하게 따라오는 아이.
『엄마는 왜 나 같은 걸 낳았을까요?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고서, 아버지 얘기만 나오면 하루종일도 모자라요. 욕하느라고. 아버지가 그렇게나 나빴을까요? 나는 자식 같은거 안낳을 거예요』
『기영이를 가졌을 때 엄마 아빠는 사랑하는 사이였을 거야. 그래서는 안되지만 사람의 마음은 변할 수 있는 거란다』
나의 조심스런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어쨌든 나는 엄마, 아빠 안 닮고 싶어요. 그런데 이 곱슬머리는 누굴 닮았는지 몰라』
기영이는 한 가락 흘러내린 앞머리를 입으로 확 불어서 날렸다.
청소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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