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 선 이상 아이들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는 교사여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교사로서 지식의 단순한 전달이 아니라 삶으로 모범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대구 효성여자고등학교(교장=박종하) 1학년 5반 담임 정해철(라우렌시오) 신부. 그의 밝은 목소리에서 학생들을 사랑하는 모습을 역력히 볼 수 있다.
96년 효성여고에 철학과목 교사로 부임해 교목을 지내다 올 3월부터 담임을 맡았다. 5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효성여고이지만 신부가 담임을 맡은 경우는 처음.
박종하 교장은 『담임으로 열심히 노력하는 정신부님의 모습이 선생님들 사이에 새로운 활력소가 된다』며 『선생님들이 부족한 형편이어서 담임을 맡아주실 분이 적었는데 정신부가 자원해 줘 고맙다』고 말했다.
매사에 적극적인 정신부는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학생들이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애처롭다』며 『학생들이 학교에서 좀 더 재미있고 활발하게 생활하도록 편안하게 대해 주고자 한다』며 목자로서이 다정한 모습을 보여준다.
처음 맡은 담임이라 학생들의 신상을 일일이 파악하는 일이 재미있다는 정신부는 일과시간을 넘겨야 끝나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학생들과 함께 등교하기 위해 출근시간도 1시간 정도 빨라졌지만 아이들에게 말보다 실천으로 보여주기 위해 즐겁게 지낸다고 했다.
올바른 학생지도를 위해 가정통신문을 만들어 학급 운영방침을 학부모들에게 보내고 있는 정신부는 학생들과의 단합을 위해 매월 학급 등산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달에는 46명의 반 학생 중 33명이 참석해 함께 등산도 하며 즐거운 자리가 됐다.
특이하게도 1학년 5반 학생들은 「신뢰하는 삶을 살자」라는 급훈을 종례 때 외친 후 마음 속으로 새기고 헤어진다. 서로 믿으며 사는 삶을 최고로 여기는 정신부의 생각을 학생들이 함께 해 준 결과이다.
『자기의 할 일을 스스로 잘 해주는 학생들이 가장 귀엽다』는 정신부는 『입시에 대해 과중한 부담을 가지지 말고 스스로 주도적으로 공부하라고 학생들에게 충고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할 일과 시간관리를 중요시 여기는 정신부는 시간이 지날수록 학생들이 정직하게 살아주길 바라는 욕심에 잔소리를 많이 하게 된다며 쑥스러워 했다.
정신부가 담임을 맡고 있는 1학년 5반 학생들은 『담임선생님이 신부님이어서 저희들의 말을 잘 이해해 주시고 들어주셔서 참 편안하다』며 자랑을 아끼지 않는다. 인성교육을 중시하는 정해철 신부는 학생들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고자 학생들과 많은 대화를 나눈다.
사춘기의 발랄한 학생들과 함께 지내면서 자신의 마음까지도 맑아지는 것 같다는 정신부는 때론 학생들과 장난을 치기도 한다고 했다.
『학생들도 존중받아야 할 인격체입니다. 학생들과의 인간적인 만남이 인성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여깁니다』
누구보다도 학생들을 사랑한다는 정해철 신부. 스승의 날을 맞아 스승과 제자간의 관계를 생각하게 하는 요즘, 정신부의 인간에 대한 교육철학에서 참 인간의 길이 환히 뚫렸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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