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 따르릉.” 여보세요, 동백성당입니다. 수화기 너머의 굵은 목소리는 아마도 신부님이라는 느낌이 왔습니다. 사무실에 전화해서 성당 위치와 미사 시간 등을 알아 보려고 전화했는데, 긴장하여 수화기를 고쳐잡고 계속 통화했습니다. 요점은 아직 성전이 마련되지 않았고, 당분간은 사제관에서 미사를 봉헌하며 지금은 동백지구에 입주가 한창 진행 중이어서 신자가 매일 매일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위 내용은 제가 동백지구에 입주하기전에 신부님과 전화 통화한 내용입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기술해 보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형제들이 전화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고 하시며 무슨 아파트이며, 언제 입주하는지 식구는 어떻게 되는지 상세하게 질문하시기에 그대로 답변을 드렸지요.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사제관과 같은 아파트이며, 같은 라인에 호수만 다를뿐…그것도 2층 위에가 사제관이라니. 수화기 너머의 신부님께서는 아주 좋아하시면서…저는 정신이 혼미해졌습니다. 그날 이후로 큰 걱정거리가 생겨서 일상 생활이 긴장과 두려움의 연속이었지요.
여러분도 이런 경우를 겪어 보셨는지요? 참으로 황당하였습니다. 저도 그런데 집사람은 더 큰 충격이었습니다. 성당에 열심하고, 평일 미사도 참례하고… 그랬으면 좋지만 그냥 주일 정도 지키는 신자인 저에게는 혼란스러웠습니다. 묘안이 전혀 없었어요. 집을 다시 전세 놓고 다른데로 이사 갈까? 아니야 그럴 수는 없지…어려움을 피할 수 없다면 정면 대결하여 즐기라 했던가!
그래서 생각을 바꾸게 됐습니다. 이제부터는 성당에 열심하자, 시간을 내서 평일미사도 참례하고 레지오 봉사도 좀 더 충실히 하자. 주님께서 우리 가족을 주님께 바짝 다가서게 불러 주시는 거야!
이 얼마나 영광된 일입니까. 생각을 고쳐먹으니 지금껏 걱정했던 모든 것이 사라지고 하루하루가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릅니다. 드디어 입주하는 날이 되어 신부님을 찾아 뵙고 인사를 드렸습니다. 사제관에서의 미사 봉헌이라… 저는 처음 경험하는 일이었지요. 그 후 신자수가 기하 급수적으로 늘어나서 거실 식탁 밑을 점령하였고, 다음에는 건넌방, 심지어는 현관문을 열어 놓고 계단에서까지 미사 참례하는 진풍경이 벌어졌습니다.
그리하여 신자수가 늘어나 아파트 사제관은 한계를 넘어 주변 상가를 임대하여 성전을 꾸미고 상가 성전에서 미사를 봉헌하게 되었습니다. 10여 명이 사제관에서 출발하여 몇 백 명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신부님께서 저에게 봉사해 주십사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두말 않고 “예”하고 대답했습니다. 지금은 분당하여 본당의 사목회 총회장으로 봉사하고 있으며, 더 낮은 자세로 본당 신자들을 위해 열심하리라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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