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교구 소사본3동본당은 문고를 통해 신자들이 자연스럽게 책 읽는 즐거움에 빠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우리 생활과 떼려야 뗄 수가 없다. 책은 독자들에게 간접경험을 통해 알지 못했던 세계에 대해 알려주고, 자기계발의 도구로도 활용된다. 신앙인들에게는 신앙을 성숙시키고 더 나아가 하느님을 만나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책을 유용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책 읽는 즐거움에 빠져야 한다. 하지만 책을 자주 접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이조차도 쉬운 일이 아니다.
책 읽는 재미에 빠지다
인천교구 부천 소사본3동본당(주임 김영욱 신부)은 신자들에게 책 읽는 재미를 불어넣고자 성당 내에 문고를 마련했다. 바쁘게 살아가는 신자들이 성당이라는 공간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고, 부담 없이 책을 가까이할 수 있게 되길 바라며 책 읽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것.
김영욱 주임신부는 “책의 중요성은 어린아이고 어른이고 할 것 없이 다 알고 있다”며, “본당 문고를 통해 책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인지 문고에는 딱딱하고 지루해 보이는 책보다는 신자들이 좋아할 만한 책들이 많다. 한권에 500원(아동은 300원)을 지불해야하지만 베스트셀러나 신간들을 발빠르게 구입해 놓다보니 인근에 무료도서관이 즐비한데도 불구하고 한 달 이용 회원이 100여 명이 넘는다. 물론 종교서적도 든든하게 마련해 놓아 신자들의 다양한 취향을 고려했다.
본당 문고 운영은 7명의 도서위원들과 사목회에서 전담하고 있다. 매달 월례회의를 통해 운영에 대해서 토론하고 어떻게 하면 신자들이 자주 찾는 공간으로 만들 수 있을까를 의논한다. 신자들이 스스로 독서문화를 정착시키기를 바라는 주임신부의 깊은 뜻이 숨겨져 있다.
본당은 상반기와 하반기마다 다독상을 시상한다. 올해는 특별히 독후감 공모전을 열기도 했다. 첫 공모전임에도 17명이 참여했다. 신자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책에 제한을 두지 않은 것도 있었겠지만 본당 신자들이 갖고 있는 책에 대한 인식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독후감 내용도 수준급이었다. 일반 서적을 읽고 글을 쓰면서도 신앙인으로서의 자세는 잊지 않았다.
김 신부는 “신자들의 독후감을 보니 일반서적마저도 신앙적으로 연결한 내용들이 많았다”며 “종교서적뿐 아니라 일반서적을 통해서도 신앙의 성숙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본당의 다양한 활동에 ‘나눔’이 더해져 문고는 특별한 장소로 거듭난다. 본당은 현재 4000여 권의 도서를 소장하고 있다. 이 중에는 본당에서 구입한 책들도 있지만 주임신부를 비롯해 신자들이 직접 내놓은 책들도 많다. 책을 통한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다. 책장에서 잠자고 있는 책을 많은 사람들과 나눔으로써 날개를 달게 됐다.
책이 좋은 이유 중 하나는 특별한 수고로움 없이도 지식을 이웃과 나눌 수 있다는 점이다. 나눔을 어렵게만 생각했던 사람들조차도 쉽게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까지 더해 문고는 단순히 책 읽는 재미만 느끼는 공간이 아니라 나눔의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카페·만남의 방·도서관 만나
▲ 본당은 교육관에 별도로 위치해 있던 문고를 성당 1층으로 옮겨 성물방, 우리농매장, 카페 등과 함께 복합공간으로 새 단장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성당 1층의 빈 공간을 활용해서 성물방, 우리농 매장, 카페, 문고 등이 함께 있는 복합적인 공간으로 만들었다. 한마디로 본당 안에 멋드러진 ‘북카페’가 생긴 것이다.
덕분에 신자들은 한자리에서 성물과 우리농산물을 구입하고, 차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게 됐다. 여기서 마시는 차는 공정무역 커피인데다가 찻값은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위해 사용되고 있어서 신자들에게는 일석오조의 공간이다.
이런 환경이 마련되고 나니 자연스럽게 문고에 관심을 갖고 이용하는 신자들도 늘었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곳에 위치하고 있어 공간 자체가 ‘홍보’였다.
다채로운 책이 구비돼 있는 문고에는 평일에도 미사가 끝나고 나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신자들로 북적북적 거린다. 특히 문고는 주일학교 학생들에게 인기만점이다. 교리가 끝나고 미사시간을 기다리면서 책을 읽는 아이들도 많을 정도다.
도서위원인 허순희(엘리사벳·41)씨는 “아이들이 성당에서 책 읽는 걸 좋아해서 봉사를 시작했다”며 “신자들의 취향이 다양한데 거기에 맞춰 다채로운 책을 갖추고 있어서 많은 분들이 좋아한다”고 전했다.
■ 소사본3동본당서 찾은 독서사목 비결
쉽게 접하도록 친근하게 다가서라
열린 공간 적극 활용
누구나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책은 일반적인 상식과 지식을 전해주고, 그 안에서 나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책을 읽는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특히 요즘같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대에는 더하다. 소사본3동본당이 독립된 공간에 있던 문고를 열린 공간으로 만든 배경도 여기에 있어 보였다. 바쁜 신자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고 자연스럽게 책을 접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책에는 제한이 없다
일반적으로 본당이 운영하는 도서관이나 문고에는 종교서적이 일반서적보다 더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반대다. 좋은 내용의 종교서적은 기본이고 신자들의 취향을 고려해 다채로운 일반서적을 준비해야한다. 책을 읽어야 하는 압박감을 주기보다는 우선 좋아하는 책을 통해서 책 읽는 재미부터 맛봐야하기 때문이다.
영적독서 위한 좋은 책 선정 기준
구원 희망·확신 줘야
비상식적 내용 금물
아무리 좋은 책이라고 해도 모든 사람들에게 유익할 수는 없다. 상황에 따라서는 독자에게 해로울 수도 있고 무의미할 수도 있는 법이다. 이때문에 좋은 책을 선정하기 위해서는 기준이 필요하다.
특히 영성적 내용은 독자가 그것을 받아들여 실현할 만큼의 단계에 도달해 있지 않다면 더욱 해로울 수 있다. 자신의 영성 단계와 형편에 따라 성격, 정신적·지적·육체적 여건에 따라 자신에게 적합한 내용만을 받아들여야 한다.
영적독서를 위한 책을 선정하는 기준은 보통 성경의 가르침, 교회의 가르침, 영적 지도자와 양식이 있는 사람의 권고, 자신의 진지한 판단 등에 의해서 정해진다. 특히 독자 자신이 판단할 경우에는 다음의 사항들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좋다.
특수한 체험 강조한 책 삼가라
파격적이고 극단적인 내용과 체험을 강조하지 않은 내용이어야 한다. 그리스도적 성화는 특수한 체험에 있지 않고 일상생활에서 죄를 피하고 신망애 삼덕과 다른 성덕을 꾸준히 실천하는 데 있음을 분명히 밝히는 내용이어야 한다.
이때문에 어떤 사람의 특수한 체험과 메시지를 서술한 책에 대해서는 신중하고 사려분별 있는 자세가 필요하며, 상식적이고 정상적이며 일상적인 내용과 체험을 강조하는 책을 선정해야 한다.
인간으로서의 기본 덕행 존중해야
인간으로서 실행해야할 기본적 덕행, 이웃사랑, 예의 공중도덕 등을 존중하고 사회인으로서 실천해야할 정상적 부부생활, 가정생활, 직장생활, 사회생활, 봉사 등을 강조해야 한다.
이와 함께 신앙인으로서 실행해야 할 기본적 신앙, 기도 등을 중시하는 책이어야 한다. 기본적 윤리도덕과 근본적 선악의 개념을 약간이라도 흐리게 하거나 흐트러지게 하는 내용은 배제해야 한다.
낙관적·희망적 내용 택하라
세상을 비판적으로 보고 사물을 부정적으로 보며, 인간 사회를 일방적으로 죄악시하는 내용은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 인간 사회의 죄악과 고통은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로 속죄되었고 인간과 세상이 구원을 받는다는 확신을 주는 내용이어야 한다.
한편, 세상을 지나치게 낙관하거나 인간을 극단적으로 선하게만 보는 내용도 피해야한다.
즉 사회와 사물, 인간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있는 그대로 보는 현실적 입장을 취하면서도 하느님의 은총과 그리스도의 속죄로 인해 구원을 받는다는 낙관적이고 희망적 자세를 지키는 내용을 택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