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결혼한지 얼마 안된 주부입니다. 결혼하기까지 종교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저희 시댁은 모두 개신교이고 친정은 천주교입니다. 남편은 결혼전에 종교 문제로 고민을 많이 했고 양가 반대도 심했습니다. 하지만 남편이 제 신앙생활을 결혼 후에도 지켜주겠다고 약속을 했기에 용기를 내 부모님을 설득해 관면혼배를 받고 결혼했습니다. 하지만 시댁에서는 주일이면 함께 개신교 교회에 가기를 원하셨고, 저는 시간이 흐르면 이해해주시겠지 하면서 시댁에 가는 날이면 교회를 들러, 저녁에 집에 오면 성당을 나갔습니다. 하지만 얼마 후 시어머니는 전화로 더 이상은 서로 다른 종교를 지닌 채 살 수 없다며 저희가 시댁에서 멀리 떨어져 살든지 개종을 하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개종이냐 시댁과의 관계 단절이냐 두 가지 중 하나를 택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답】우리나라의 경우 종교간의 갈등문제는 가정에서 커다란 비중을 차지합니다. 사실 헌법에 종교의 자유가 개인의 기본권으로 보장되어 있기는 하지만 실생활이나 사회적으로 이 규정이 제대로 존중되고 있지는 못합니다. 가족들의 종교가 일치되어야만 성가정이 된다든지 성도의 사정이라고 부추기면서 가족간의 불화를 조장하고 있고, 실제로 가족간의 종교가 다를 경우 분열된 집안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많은 경우 결혼을 앞두고 당사자들이 서로 다른 종교 문제로 인한 갈등요인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막상 결혼을 하고 나서 이처럼 시댁 식구들과 종교가 다른 경우 서로의 종교를 이해해준다면 좋겠지만 시댁 식구들 앞에서 이러한 주장을 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이 질운의 경우에는 이미 생겨날 수 있는 종교 문제에 대한 갈등에 대해서도 충분히 예견하셨고 또 시댁 식구들과 종교간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충분히 노력하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개종을 하든지 시댁과의 관계를 단절해야 한다는 문제에 직면해서는 위에서 말씀드린 원칙을 가지고 풀어 나갈 만한 상황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이 문제는 우선 부부간에 충분히 대화를 하도록 노력하면서 대처해 나가도록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이 결혼을 하기 전에 이미 종교가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인 상태였고, 남편이 가족들을 설득시켜 주겠다고까지 약속을 했기 때문에 이미 예견된 갈등이 일어난 것이므로 다시 한번 남편과 대화를 하면서 방법을 찾아나가도록 하셨으면 합니다.
또 자칫하면 집안간의 갈등 문제로 확대될 수도 있고 부부 사이의 화합문제마저도 위태로워질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가정문제나 부부 사이의 갈등 문제로 확대되는 일은 없어야 하겠습니다. 시댁에서 개종을 하든지 관계를 끊자고 요구했다고 하더라도 기도 가운데 마음의 평정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하시고 지금까지 노력해 오신 것처럼 시댁의 종교를 존중해 주시면서 이 문제가 가정의 갈등으로 나타나지 않도록 하시되, 오히려 남편과의 대화와 싣댁에 대한 사랑을 가지고 극복해나가셨으면 합니다. 이 문제는 한순가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가정문제의 하나라고 생각하시면서 지혜롭게 대처하셔서 가정을 깨뜨리는 일이 없도록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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