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의 엄청난 반성이 필요합니다. 반성이 앞서지 않은 가운데서 해아는 새로운 시작은 공허할 뿐이지요』
우리나라 최초의 건축전문대학원 설립으로 한국건축사에 한 획을 그은 경기대학교 건축전문대학원 교학부장 정진원(예로니모·49·서울 둔촌동본당) 교수는 대뜸 반성론을 들고 나온다.
일제의 잔재를 본 딴 유명건축가의 건축물이라든지 도심 곳곳에 버티고 선 외국인이 설계한 건물들, 확실한 고증도 확보하지 못한 가운데 행해지는 눈가림식 보수공사….
정교수는 가톨릭정신이 부족한 교회 건축의 문제점도 날카롭게 지적한다. 꼭 신자가 지어야 교회건축을 잘 지을 수 있다는 생각은 자만이라는 것.
『롱샹성당 등 해외의 기념비적인 성당 건축물 중에는 신자가 아닌 이가 지은 성전도 많습니다. 본당 공동체의 의견만 제대로 수렴된다면 건축은 객관성을 띤 공개경쟁을 거쳐 공동체의 정신을 잘 담을 수 있는 건축가에 맡기는 것이 바른 방법이죠,』
지난 89년부터 3년에 걸쳐 미국에서 연구교수로 있던 시절 전문대학원 설립에 대한 구상을 하게 됐다는 그는 귀국 후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한 교수당 수십명의 석·박사들이 따라붙는 도제식의 우리 교육풍토에서는 그가 구상한 대학원이 받아들여지기가 힘들었다는 것. 강의 등 교수들의 고유권한으로만 여겨지던 역할을 현장의 실무전문가들에게 넘겨줘 이들이 나름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하는 대학원 운영은 교수들에게 그간의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라는 알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해외에선 우리가 짓는 건물도 스스로 감리할 수 없는 교육체계를 바꾸지 않으면 우리 건축의 미래가 없다는 정교수의 설득은 끝내 동료 굣들의 마음을 돌려놓았고 그 성과가 지난 95년 3월 전문대학원 과정 개설로 나타났던 것이다. 그는 또 국내 최초로 설계를 논문화하는 스튜디로를 개설한 것을 비롯해 방학 동안 학생들이 실무 수습과정을 밟게 하는 등 다양한 모색을 통해 건축교육의 질을 한 단계 높여 놓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 결과 정교수가 만든 대학원은 2000년부터 시행되는 세계건축가연맹의 인증제도를 충족시킬 수 있는 자격을 갖춘 국내 유일의 학원이 될 수 있었다.
정교수는 요즘 걱정이 생겼다. 자신이 만들고 있는 길이 채 다져지기도 전에 건축분야 완전개방의 파고가 2000년 코앞으로 닥친 것. 그래서 그는 더 열심이다. 24학점으로 구성된 일반대학원 과정과는 달리 84학점(3년과정)으로 이뤄진 전문대학원 과정을 국제경쟁력을 지난 질높은 교육기관으로 키워 세계무대에 당당하게 내놓아야 된다는 소명감 때문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