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그리스도의 부활과 성령강림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은 그리스도교 신앙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이같은 사실은 예수께서 교회의 모든 내용을 만드신 분이며 성령은 교회가 교회로서 존립하고 활동할 수 있게 하시는 분이라는 사실을 믿고 고백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나 성호경을 통해 성령에 대한 신앙을 고백하면서 모든 일을 시작하지만 그리스도의 말씀과 행적을 통하여 언어와 개념상으로 어느 정도 묘사할 수 있는 성부와 성자에 비해 성령께 대한 이해는 그리 높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성령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일까?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성삼위의 신비를 알게 되었으므로 성령께 대한 이해도 성부와 성자를 분리해서는 불가능하다.
성령이 결정적으로 계시된 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이다. 이러한 사실을 잘 나타내 주는 장면이 예수 세례 장면이다.
예수의 세례는 새로운 창조의 시작을 알리는 것으로 예수 위에 하늘이 열리고 성령이 비둘기 형상으로 강림하여 하느님으로부터의 말씀이 그분을 하느님의 아들, 하느님의 종으로 선포한다.
예수 세례 장면에서 나타난 비둘기는 메시아 위에 강림하여 새 창조의 순간을 여는 영을 그리고 이 영을 받아 새롭게 탄생되는 메시아의 백성을 상징한다. 그리고 그리스도에 대한 하느님의 부성적 사랑을 나타내는 표지이기도 하다.
또한 교회를 세상에 탄생시키고 초대교회가 열렬한 사명으로 복음선포에 나설 수 있도록 이끈 것은 예수부활체험이었다. 그리고 십자가에 처형되시고 묻히신 예수께서 주님으로 부활하셨다는 이 부활체험은 『주님은 하느님의 생명을 주시는 분, 영안에서 현존하시는 분』이라는 신앙고백이다. 따라서 부활체험은 다름아닌 성령체험이다.
성령강림 보도에서 불로 표상되는 영은 사람들을 내적으로 정화하고 그 안에 열정을 불어 넣어주며 변화시키는 심리적 힘이며 불혀는 하느님이 하시는 큰 일들을 전하는 선포와 신적 훈계의 선포를 가르킨다. 영은 사람들을 내적으로 변화시키고 자유롭게 하며 그들을 새 공동체로 모으는 하느님의 효력있는 행위이다.
성령강림 때 성령은 사도들을 변화시키고 정화시켜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하고 교회를 인도하는데 필요한 은사들을 사도에게 주셨다.
언어의 은사는 말씀의 선포능력과 일치를 드러내는 표지로 이 은사를 통하여 바벨탐을 전복시키는 놀라운 일이 발생하였다. 사도들은 알아듣지 못하는 말들을 하였지만 한데 모인 사람은 각기 자기 나라 말로 알아들었다. 영은 구별되는 사람들을 일치시키는 힘인 것이다.
이러한 성령강림은 교회 시작에 국한된 사건이 아니라 교회의 성장을 위해 계속되는 사건이기 때문에 성령은 교회의 일치와 보편성의 근원일뿐 아니라 교회가 복음 선포를 하는데 있어서 누리는 자유의 원천이기도 하다.
또한 성령은 갖가지 은사를 통하여 교회를 건설하고 성장시키며 신도들로 하여금 자기 현존을 체험하게 한다. 은사들은 성령께서 자기 현존을 그러내는 표지로서 상당히 다양하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은 성령 칠은이지만 이 칠은은 7이라는 숫자의 상징적 의미를 존중하여 만든 것이고 성령의 은사를 일곱가지에 국한 시킬 필요는 없다.
은사는 하느님이 주시는 무상의 선물. 은혜의 선사로 특별한 사람들만 받을 수 있는 신기하고 특수한 으사가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하느님이 영을 통해 무상으로 주시는 선물을 총칭한다.
이 은사의 목적은 첫째는 신자들로 하여금 봉사하게 하여 하느님의 몸이 되는 교회를 세우는데 있고 둘째는 하느님 백성의 일치를 위해서다. 모든 믿는 이는 한 세례로 한 성령을 받아 한 몸을 이루는 것이다. 그리고 셋째는 그리스도 몸의 성장을 통해 지체들 모두를 그리스도의 완전성에 도달하게 하기 위한 인간 성숙을 위해 주어지는 것이다.
결국 성령의 은사는 다르지만 그것의 목적은 교회의 건설과 한분 하느님을 섬기는 일을 위해 하나가 된다는 것이다.
성령은 2천년 전 이스라엘에서 일어난 그리스도의 구원사건을 지금 여기 우리 안에서 구체화시키고 실현시키는 분이시다. 성령은 우리로 하여금 그리스도를 알아보게 하고 믿음을 불러 일으키시며 그리스도의 구원사업을 계승하고 성숙시키면서 활동하시는 분이다.
결국 성령은 그리스도인들이 신앙생활의 살아있는 원리이다.
이러한 믿음 아래서 교회는 성령을 교회의 영혼이라고 한다. 인간의 육체가 영혼에 의하여 살아 있듯이 교회도 성령에 의하여 살아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거룩한 교회를 믿는다는 말은 결국 교회를 거룩하게 하시는 성령을 믿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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