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례와 견진성사를 통해서 우리에게 오신 성령께서는 우리 안에 거처하시면서(1고린 3,16) 연약한 우리를 도와주신다(로마 8,26). 이렇게 가까이 계신 성령께 자주 마음을 모아 기도하며 도우심을 청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점이있다. 내 뜻이 나리아 성령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쎄마니 동산에서 예수께서 당신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청하셨던 것(마르14 ,36)처럼 말이다. 그러면 성령께서 뜻하시는 바는 무엇일까? 이는 그분이 어떻게 활동하셨는지를 살펴보면서 찾아낼 수 있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당신이 떠나신 후에 성령을 보내시겠다고 약속하신다. 그리고 협조자이신 성령께서는 당신이 제자들에게 말씀하신 모든 것을 생각나게 해 주실 것(요한 14,26)이며, 진리를 온전히 깨닫게 하여 주실 것(요한 16,13)이라고 말씀하신다.
즉 성령께서는 예수님의 말씀을 올바로 이해하고 진리로 깨닫게 해주시는 분이라는 것이다. 실상 제자들은 오랜 동안 예수님과 함께 생활하였지만, 그분의 말씀을 다 이해하지는 못하였다. 그들은 성령을 받고나서야 예수께서 가르치신 것, 즉 하느님은 무한히 자비로운 분이시며, 인간은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자기 몸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말씀을 진리로 깨닫게 된다. 그렇다면 성령께서 우리에게도 예수님의 가르침을 온전히 이해하고 깨달을 수 있는 은혜를 주시도록 청해야 할 것이다.
예수님의 말씀이 진리라는 깨달음은 마음 속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고 세상에 선포되어야 한다. 하지만 세상과 인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그렇게 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성령께서는 세상과 인간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공개적으로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을 증거하도록 인도하신다. 베드로는 두려움 때문에 수난의 시간에 스승을 배반하였고(마르 14,66~72), 다른 제자들도 예수님을 버리고 도망갔다(마르 14,50). 부활 이후에도 제자들은 유다인들이 무서워서 문을 모두 닫아 걸고 있었다(요한 20,19). 하지만 성령을 받고나서 제자들은 모든 두려움과 불안을 떨쳐버리고 담대하게 예수님을 구세주로 증거하였고(사도 2,14~36), 이 때문에 유다 의회에 불려가서 매질을 당하였지만, 오히려 예수의 이름으로 모욕을 당한 것을 특권으로 생각하고 기뻐한다(사도 5,40~42).
이렇게 성령께서는 제자들의 내면 깊은 곳에 변화시켜서 그들이 두려움 없이 세상과 대결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신다.
우리 역시 사도들처럼 담대하게 말과 행동으로 예수님을 증거할 수 있도록 성령께 기도해야 할 것이다.
성령의 도우심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길은 여러 가지이고, 그래서 성령의 은사는 다양하다. 성령께서는 당신이 원하시는 대로 각 사람에게 각각 다른 은총의 선물, 즉 지혜의 말씀, 굳건한 믿음, 병 고치는 능력, 기적을 행하는 능력, 하느님 말씀을 받아 전하는 직책, 이상한 언어를 말하는 능력, 이상한 언어를 해석하는 능력 등을 주신다(1 고린 12,4~11). 그런데 이 은총의 선물은 개인의 영광과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공동이익을 위한 것』(1 고린 14,12)이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바오로 사도는 비록 성령의 은혜라고 하더라도 교회 공동체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면 교회 안에서 사용하는 것을 자제하라고 명령한다.(1 고린 14,28) 다양한 성령의 은혜는 모두 한 분이신 성령께로부터 오는 것이지만 중요성에 있어서는 차이가 난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의 주목을 받는 은혜에 집착하기 보다는 교회 공동체에 이익이 되는 은혜를 구해야 할 것이다.
성령은 희망을 주시는 분이다. 세상 종말에는 결국 생명이 죽음을 이길 것인데, 하느님께서는 이에 대한 보증으로 성령을 보내주셨기 때문이다.(2 고린 5,5). 설령께서는 우리의 삶이 허무로 끝나지 않고 영생과 부활로 이어진다는 것을 확신하고 희망할 수 있게 도와주신다. 세상살이가 힘겹고 고통스러울 때마다 이런 확신과 희망을 선사해 주시기를 성령께 간청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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