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가「엘 그레코(El Greco)」
최초·최고의 신비주의 화가
성인 초상화·신약성서 내용 주로 그려
16세기 최고의 화가로 주목받고 있는 엘 그레코(El Greco, 1541-1614)는 그리스에서 태어나 로마를 거쳐 스페인의 톨레도에 정착했다. 여러 나라에서 그림공부를 하면서 다양한 문화를 체험한 그는 어느 화파에도 속하지 않는 독창적인 화법(畵法)으로 성인들의 초상화와 신약성서의 내용들을 즐겨 그렸다.
또한 신심 깊은 생활로 관상의 경지에 이른 그는 최초, 최고의 신비주의의 화가로 미술사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그는 사람을 인체의 비례에 맞추어 그리기보다는 마르고 길쭉한 모습, 흐늘흐늘 흔들리며 늘어진 모습으로 즐겨 그렸다. 그의 작품이 시대를 뛰어넘어 오늘날까지도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사실적 묘사에서 벗어나 소재에 내포된 의미를 직관하고 열과 성을 다해 표현했기 때문이다.
▶ 작품「성령 강림」해설
사도행전에 바탕
12제자와 3명의 마리아 여러 자세로 묘사
엘 그레코의 작품 가운데 하나인「성령 강림」은 사도행전에 바탕을 두고 있다.
『마친매 오순절이 되어 신도들이 모두 한 곳에 모여 있었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세찬 바람이 부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더니 그들이 앉아 있던 온 집안을 가득 채웠다. 그러자 혀 같은 것들이 나타나 불길처럼 갈라지며 각 사람 위에 내렸다.(사도 2,1~3).
사도행전에 의하면 예수께서 승천하신 다음 열두 제자, 성모 마리아, 예수님의 친척들, 그리고 갈릴래아 부인들이 예루살렘 시내에 있는 어느 집의 다락방에 모여 기도하고 있었는데, 열흘째 되던 날에 갑자기 성령이 내려왔다고 한다.
비둘기 형상으로 묘사된 성령의 빛이 하늘을 상징하는 둥근 천장으로부터 비치고 있으며, 성령이 혀 모양으로 제자들의 머리 위로 내려오고 있다. 이 그림에는 12제자와 3명의 마리아가 여러 자세로 묘사되었다. 제자들에게 둘러싸인 성모 마리아는 중앙에 앉아 있는데 놀라워 하는 제자들과는 달리 두 손을 모으고 하느님께 기도드리고 있다.
모든 그리스도인의 모범으로서 하느님의 말씀에 언제나 순명하며 살았던 성모 마리아의 삶이 화면을 통해서도 아름답게 드러난다.
성모마리아 가까이에는 예수님의 특별한 사랑을 받았던 마리아 막달레나와 녹색 옷을 입은 요한과 양 손을 벌린 베드로가 자리잡고 있다. 제자들이 손을 벌린 모습은 예수님의 십자가상 죽음을 보고 두려워서 문을 닫아걸고 있던 그들이 (요한 20,19 참조) 성령을 받음으로써 마음의 문을 열고 세상과 이웃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는 것을 표현한 듯하다. 이 그림을 보면서 우리의 삶도 성령의 은총을 받아 더욱 열린 모습으로 변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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