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구 저 애물단지, 지 애미 진골을 뺄거여』
외할머니가 마른 빨래를 개키면서 중얼거리신다. 엄마는 외할머니를 살짝 눈흘기듯 하면서 말씀하신다.
『엄마 제발 좀 그만해요. 진이 다 알아들어요. 엄만 내 생각해서 하시는 말이지만 듣기가 괴로워요』
『그래, 알았다. 니 꼴을 보면 가슴이 미어지는 이 어미 속은 어찌할래?』
외할머니는 결국 눈물을 훔치신다.
다신 안 온다 안 본다 하시면서도 그래도 딸자식이 어찌 사나 싶어 오게 되고, 와서 보면 힘든 딸이 안쓰러워 한 마디 안 할 수 없는 진이 외할머니.
진이가 장애아인 것도 가슴 아프로 딸이 장애아의 엄마인 것이 서러운 할머니.
외할머니와 엄마의 대화를 듣고 있던 진이는 고개가 무릎 사이로 박힌다.
말을 잘 못하지만 아니 남들이 못 알아듣지만 남의 말은 어느 정도 알아들을 수 있는 뇌성마비 장애아인 진이.
지금 두 분의 말은 얼굴 표정이나 분위기로 보아서 모두 자기 탓인걸 알겠기에 진이는 불편하다.
중복장애로 인해 일반학교에 다닐 수 없어 특수학교에 다니는 진이는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방학이 되면 가고 싶었던 집에 가지만 식구들은 그 때부터 긴장하게 된다.
음식을 먹을 때, 화장실을 갈 때, 외출을 할 때 식구들은 진이에게 신경을 써야 했다.
『참 잘하는구나. 이젠 숟가락질을 잘 해』
『자, 여긴 문턱이야 조심하고』
『진이 모자 써야지, 멋지다. 짱이야!』
식구들은 진이에게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앞서 조금씩 지치고 있었다.
진이가 신생아였을 땐 어디에도 장애아의 모습은 없었다. 첫 돌이 지나도록 아이가 정상적인 발육이 되지 않아 그 때부터 초조했던 엄마 아빠.
『진이 애비도 늦되었어. 돌이 지나고 한참 만에야 겨우 잡고 섰다니깐』
친할머니 말씀에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지만 결국은 이 병원 저 병원으로 돌아다녔고 그래서 나타난 정밀검사 결과는 가족을 비통함으로 몰아 넣었다.
진이 식구는 아버지, 어머니, 중학생인 누나, 유치원에 다니는 동생이 있다.
엄마는 진이에게 온 마음을 꼳아야 한다고 동생이 생기는 걸 원하지 않았으나 일곱 살 차이의 동생을 얻게 되었다. 누나와 동생을 만나면 진이는 너무 좋아한다. 그러나 웃는 얼굴은 더 일그러지고 반가와서 나오는 말소리는 남들이 들으면 돌아보고 흘깃거리게 된다.
동생 민이는 형이 방학해서 집으로 돌아오면 기운이 없는 듯하고, 눈치를 살피게 된다.
『우리 식구가 너무 진이한테 얽매이지 말자. 진이도 제 몫을 할 수 있다고 믿어주자』
엄마는 아이들을 다독인다. 『엄마, 진이 아빠랑 나는 착하게 살거야. 올바르게 살아야 해. 그래야 이 다음에 우리가 이 세상에 없더라도 사람들이 어 엄마 아빠 참 좋은 사람들이었지. 그래 이제는 우리가 널 돌보아 줄게. 그렇게 말이야.
진이 엄마는 외할머니의 손을 잡고 물먹였다.
『그래, 내가 생각이 모자랐다. 이 할미가 밴댕이 속이야. 그래야지. 힘들어도 착하게 살아야지. 진이는 하느님이 보낸 아이다. 그러니 너희들이 이렇게 착해질 수 있는 거야』
외할머니 말씀대로 하느님이 보내신 눈이 맑은 진이는 오늘도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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