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년의 정신은 빼앗긴 자유와 생명과 땅을 잃어버린 사람에게 되찾아 주는 데 있다. 자의든 타의든 잃어버린 땅과 잃어버린 생명을 회복시켜주는 것이고 되돌려 주는 것이다.
이 정신은 세상의 모든 것이 인간의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것이라는 믿음이고 고백이다. 작금 우리 청소년들의 위상을 보자.
청소년들의 현주소
과연 그들이 설 땅이 어디에 있는가? 치열한 경쟁의 빡빡한 교실 , 돈을 주고 공부하는 학원 구석진 곳, 집에서는 좋은 대학을 갈망하는 부모의 보이지 않는 압력, 도시 곳곳에서는 물질만이 자유와 행복을 준다고 유혹한다.
도태되지 않기 위해 새벽같이 무거운 가방을 맨다. 이 메마른 경쟁을 부축인 것은 자본주의의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인간의 노동이 단순히 인격적인 상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거기게 신자유주의 논리 하에 무한 경쟁이 덧붙여져서 그 가치기준에 따라 어떤 사람은 하루에 만원도 안 되는 인간이 되고, 어떤 사람은 몇 백억 짜리 상품이 된다. 그 결과 더 좋은 상품이 되기 위해서 대학엘 가야하고, 더 품질 좋은 물건이 되기 위해서 인격도 양심도 도덕성도 가치관도 포기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본래 그들의 땅은 어디인가? 우리는 무엇을 회복시켜줘야 하고 무엇을 찾아 주어야 하는가?
그들을 둘러싼 굵직한 환경들을 들춰봐야 하겠다. 우선 가장 중요한 환경은 가정이다. 욕심을 버린 엄마 아빠의 사랑이 넘치고 거룩한 성가정, 이것이 본래 그들의 땅이다. 엄마, 아빠의 욕망과 잘못된 기대가 그들의 자리를 빼앗았다.
사회를 바라보자. 물질이 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돈을 들고 관 속에 들어갈 수 없음을 잘 알면서도 모든 사람이 그렇고 각 지역이 그렇고 국가도 그렇다. 편리와 윤택함, 기름기 오른 얼굴…. 정말 아름다운 분배는 불가능한 것일까? 어디까지가 끝인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우리 아이들이 잃어버린 사회를 찾아주기 위해서는 물질주의적 사관과 정책들을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
하느님 사랑하는 그날 위해
세 번째로 청소년들에게 빼앗긴 학교를 되찾아 주어야 한다. 학교는 지식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슴 한켠에 용솟음치고 있는 진리와 정의와 사랑에 대한 열정과 꿈을 실현시켜 줄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참 교육자들이 아주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입시를 위한 학원으로 전락한 지금 그 조류를 받아내고 뛰어넘는 십자가를 선택하는 이들이 더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교회입장에서 우리 아이들을 생각해보자. 나 자신의 깊은 반성이지만 교리교육 역시 교리지식 중심이라는 점이다. 우리 아이들이 풀요로운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할 기회를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빼앗고 있다.
하느님을 배우고 하느님을 안다는 것은 체험된 삶이지 결코 지식이 아니다. 그러므로 교사와 지도자의 교육적인 배려가 절실히 요구된다. 예수님과 같은 삶이 요구되기에 나 자신조차도 엄두가 나지 않지만, 예수님이 나에게 다가오셨듯 그렇게 다가설 수 있어야 하고, 탕자를 기다리는 아버지의 마음이(루가 15,11 이하) 간절히 필요하다.
우리 아이들에게 빼앗긴 땅을 되돌려 준다는 것은 어쩌면 영원히 불가능할 것 같기도 하다.
청소년 사목이 단순히 청소년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들을 둘러싼 모든 환경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어렵다. 그러나 일곱 아들이 모두 죽는 것을 지켜보고서도 주님께 희망을 걸고 있기에 그 아픔을 용감히 견디어 낸 어머니처럼(2 마카 7,20) 우리들의 희망과 꿈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로마5, 5)
황량한 사막에 한 그루 나무를 심는 심정으로 언젠가 그 메마른 땅에 푸른 나무가 들어 찰 거라는 그런 희망으로 애를 써보는 것이다. 본래의 자리로 돌아간 우리 아이들이 정말 따뜻함으로 환한 웃음을 짓고, 하느님을 사랑할 줄 알고, 사람들을 진정으로 사랑할 줄 아는 그런 날을 위하여….
청소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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