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주의 모양을 형상화한 서울대교구 포이동성당은 인근 구룡사와 연립주택, 다가구, 다세대 주택들과의 조화를 이루며 지역 명소로 자리 잡았다. 무채색 건물이지만 현대미를 발산하는 건축물과 아름다운 조경을 갖추고 있는 성당은 누구든지 찾아와 쉴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특히 아무런 장식이나 꾸임 없이 단순한 절제미를 보여주고 있어 편안함을 더한다.
성당의 절제미는 성물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성당 내부를 꽉 채우는 무게감이 있는 성물들이다. 대리석을 부식시켜 부착한 제단 위에는 돌을 소재로 한 성물보다는 나무을 이용한 성물이 대부분이다. 나무로 제작된 성물들은 차갑고 절제된 성당의 이미지와 조화를 이루며 따뜻한 공간으로 거듭나게 한다.
단순한 내부 구조는 자연스럽게 성물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한다. 그 중에서도 왼쪽으로 치우쳐 자리한 십자가는 시선을 한곳으로 모아 미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감나무로 제작된 예수의 모습은 가슴이 움푹 패여 있다. 이런 모습은 신자들로 하여금 십자가에 못 박히면서도 인간을 사랑하신 예수의 마음을 생각할 수 있게 한다.
이와 더불어 가슴 위의 갈비뼈 세 개와 허리의 줄 세 개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삼위일체를 상징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본다면 십자고상의 의미를 새롭게 느낄 수 있다.
사실 십자가고상은 금속 재료를 사용하려고 했다. 하지만 자연친화적인 나무와 의도적인 곡선을 사용해 성당의 이미지를 보완하려고 애썼다.
포이동성당에서 발견한 특이한 성물은 ‘제대’다. 제단 위의 나무 성물들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이지만, 제대는 엄연히 가죽으로 만들어졌다. 작가는 ‘희생’을 상징하는 가죽에 옻칠을 해 보존성을 높였다. 가죽 제대는 국내에서는 흔히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가죽을 성물의 소재로 사용했다는 데에서 의미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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