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빈 센·파트리시아 센 부부의 가정. 이들 부부는 수녀가 준 감자 3개에 눈물을 쏟았다.
방글라데시의 대부분 그리스도교 가정은 주일을 철저히 지키는 등 한국 초기 교회 신앙인들과 같은 열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성당이 멀어도 서너 시간씩 걸어서 미사에 간다. 가난한 모습도 닮았다. 무슬림이 대세인 탓에 웬만해서는 정계나 사회에 진출하기가 힘들다. 재산권 소유 및 학교 교육 등에 있어서도 보이지 않는 차별을 당한다. 그러다 보니 가톨릭 신앙인들은 생계를 이어가는 것조차 힘들다.
땅을 가지고 있지 않은 로빈씨 부부도 마찬가지. 부부가 함께 이웃집 농사일 등 허드렛일을 하지만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것도 힘들다. 게다가 딸 셋을 교육시켜야 했다.
▲ 고정란 수녀와 어린이.
“저희 부부는 간신히 글자만 읽을 수 있을 정도의 교육밖에 받지 못했습니다. 딸들에게 만큼은 이 고생을 물려주고 싶지 않습니다.”
부부는 딸들을 가르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빚을 냈다. 그러다 보니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대로라면 딸들을 제대로 교육시키지도 못하고, 빚은 빚대로 떠안게 될지로 모른다.
하지만 최근에 희망이 생겼다. 한국 수녀들의 도움으로 최소한의 성의를 보이는 차원에서 교육을 계속 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교육이 필요합니다. 교육을 받고 싶은 사람은 모두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더 이상 평생 동안 가난의 한을 품고 살아가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고정란(피앗) 수녀가 가지고 있던 감자 중에 3개를 어머니에게 줬다. 감자가 그리 비싸지는 않지만 가난한 이들은 그것도 사 먹지 못할 때가 많다. 감자 3개는 이 가정에 좋은 한 끼 식사가 될 것이다.
수녀가 먹을 것이 떨어지면 말 하라고 했다. 그랬더니 어머니는 부끄럽다면서 살짝 웃더니 마침내 눈물을 쏟았다. 힘든 것을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 이겨내던 어머니였다. 수녀도 함께 울었다.
첫째 딸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 둘째 딸의 꿈은 간호사다. 딸들이 말했다.
“열심히 할게요.”
어머니와 아버지는 그 말에 또다시 말을 잊었다. 가족은 그렇게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그 무거운 침묵을 뒤로하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을 나섰다.
▲ 불라키푸르 공소에서 만난 성모님의 얼굴은 참으로 슬퍼 보였다.
아름다운 신앙 공동체였다. 허리가 휘도록 일을 해도 아이들 학비는 고사하고 하루하루 살아가기도 힘든 사람들. 하지만 그들은 열심히 모여서 기도하고, 함께 나누며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들에게 신앙은 어쩌면 힘든 삶을 버티게 해주는 유일한 끈일지도 모른다.
길거리에서 꽃을 줍는 10살 남짓한 여자 아이들이 보였다. 어떤 아이들은 나이 어린 동생을 등에 업고 있었다. 아이들은 그렇게 땅에 떨어진 꽃을 주워 목걸이를 만들어 행인들에게 판다고 했다. 마음 한구석이 찡해왔다.
공소 성모상이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손목이 잘려나가고 없었다. 표정이 참으로 슬퍼 보였다.
불라키푸르(Bhulakipur) 공소의 성모님은 그렇게 울고 계셨다.
▲ “수녀님도 소꿉장난 할 줄 아세요?” 김 노엘 수녀가 불라키푸르 공소에서 만난 한 소녀와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쥐 이야기 - 수녀님의 편지
저녁식사를 하던 중이었어요. 벽 쪽에 ‘휙’ 지나가는 것이 있었어요. ‘쥐’였습니다. 무슬림인 집 주인 아저씨께 도와달라고 요청했는데, 아저씨는 쥐약을 놓으라는 충고만 하곤 가버리셨습니다. 쥐약을 놓으면, 그 쥐가 어느 구석에 들어가 죽을지 어떻게 안단 말입니까.
그래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 순간 또 쥐가 나와 바닥을 달리는 것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쥐들은 문 밑의 공간으로 이동하고 있었고, 그 중 몇 마리가 방안으로 잘못 길을 들어선 것이었습니다. 이후엔 제법 통통한 쥐들도 방안을 들락거렸습니다. 박스로 구멍을 막아도 그 박스를 갉아먹는 소리에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처럼 동물들과 말을 하여 타협을 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대책이 필요했습니다. 목수를 불러서 문 밑을 막고, 하루 종일 온 집안을 락스로 문지르며 청소했습니다. 이젠 됐겠지…. 하지만 쥐와의 전쟁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하루는 방에 앉아 있는데, 작은 쥐가 방에 들어오다가 ‘이크’하며 돌아가는 것이었어요. 모기 잡는 스프레이를 총동원한 탓에 목과 코와 폐가 ‘거글거글…’.
이러다가 사람이 먼저 죽겠다 싶었어요. 잡기로 했습니다. 기회를 별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아악~~’ 신호가 터지자마자, 한 수녀님이 대야를 들고 방안으로 뛰어 들어가 쥐의 뒤를 추격했습니다. 결국 쥐는 대야에 갇혔고, 죽이고 싶지 않았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그 쥐는 최후를 맞이했습니다. 쥐를 땅에 묻어 주었습니다. 용감히 쥐를 잡은 그 수녀님께 참으로 감사드립니다. 그 이후로 한동안 수녀원에는 다시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 세 수녀의 꿈(후원 필요 항목)
- 4~5명의 한국 수녀들이 살아갈 수녀원 건물
- 교육받지 못하는 여성들을 위한 기술학교
- 초등학생 및 중고등학교 청소녀를 위한 학비 및 생활비 (월 5만 원)
- 소년소녀 가장 생활비 (월 5만 5000원)
- 남편을 잃고 혼자가 된 여성의 생활비 (월 5만 5000원)
※ 후원문의 051-582-1774 한국외방선교수녀회
· 1회 후원을 원할 경우
우리은행: 1005-800-966128 예금주: (재)천주교한국외방선교수녀회
· 매월 정기적으로 후원을 원할 경우
신한은행 100-020-854625 예금주: (재)천주교한국외방선교수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