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년간 교정사목을 담당하면서 많은 재소자와 피해자 가족들의 아픔을 함께해왔습니다. 교정사목을 담당했던 역대 신부님들과 교정사목의 터를 닦아주신 김수환 추기경님, 그리고 많은 주교님, 특히 헌신적으로 사랑을 실천해준 봉사자 여러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지난 13년간 교정사목활동을 펼쳐온 서울사회교정사목위원회 위원장 이영우 신부가 교정사목을 떠나며 남긴 말은 ‘감사’였다.
“지난 세월 저와 함께해준 사형수를 비롯한 재·출소자 그리고 피해자 가족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들이 굳었던 마음을 펴고 신앙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지금의 교정사목도 없었을 것입니다.”
이 신부는 모든 공을 다른 이들에게 돌렸다. 그러나 이는 겸손이다. 이 신부는 지난 13년간 교정사목의 틀을 갖췄고, 다양한 사업 전개와 사목대상 세분화를 통해 실질적 사회교정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신부는 1997년 즈음해 시작된 한국사회와 교정 환경의 변화에 맞춰 새로운 교정사목활동을 적극 모색해왔다. 비전향 장기수 쉼터 ‘우리창제원’을 개원하는가하면, 재소자를 위한 교육프로그램도 다양화했다. 단순한 집회에서 확장해 미술 치료 등 전문적 치료 프로그램을 적극 도입했고, 인성교육, 보호관찰 청소년을 위한 멘토링 등을 실시했다. 그들의 아픈 마음을 치유함으로써 재범을 막고 진정한 ‘교정’을 이루자는 뜻에서다.
출소자들의 자활을 위해서도 애썼다. 2005년 종로지역 쪽방 임대를 통해 종로 단기 지원 쉼터 사업을 시작했고, 자립기반 마련을 위한 창업스쿨도 개설해, 이후 ‘기쁨과 희망은행(재·출소자 및 피해자 가족을 위한 무담보 대출은행)’ 창립의 밑거름을 만들었다. 수용자·출소자 자녀를 위한 장학사업, 사회로부터 고립될 위기에 처한 피해자가족 모임 ‘해밀’도 꾸려가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천주교 사회교정사목위원회 40년사’를 발간했고, 일본 사형폐지운동단체와 국제엠네스티, 인권을 위한 살인피해자가족모임(MVFHR) 등과의 교류로 국제적 연대를 도모하기도 했다. 섬세한 배려와 통찰로 많은 곳에서 교정사목의 결실을 맺은 이 신부는 그러나 아직 ‘아쉽다’고 말한다.
“아직 가야할 길이 멉니다. 사형제도의 완전한 폐지, 회복적 사법에 대한 관심, 피해자 가족들에 대한 관심, 각 교정시설 전담사제의 부임 등 많은 과제가 남아있습니다.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낙인’을 찍고 처벌만 한다면 범죄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한 인간에 대한 애정을 갖고 그 안의 상처를 치유하며 함께 걸어가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그리스도의 진정한 사랑을 실천하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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