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망 :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물, 그 물을 저에게 주소서
목이 말랐다. 세상에서 주는 물을 아무리 마셔도 갈증이 가시지 않았다. 현실의 고통도 잊을 수 없었다.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물을 찾아 헤매던 약 3000명의 청년들이 임진각 평화누리에 모였다. 파란 우의를 입은 채 비를 철철 맞으면서도 맞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청년들은 마음 깊은 곳에 갇혀있던 갈망을 마음껏 뿜어내며 주님을 찬양하기 시작했다. 마치 2000년 전 어느 날 우물가에서 예수님을 만나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물’을 청한 사마리아 여인처럼, 온 삶을 내보이며 주님을 찾았다. 평화누리 잔디밭 위를 손을 맞잡은 채 원을 그리며 달렸다. 둘이나 셋이 모인 곳에 언제나 함께하신다는 예수님의 뜨거운 사랑은 그칠 줄 모르는 비가 되어 청년들의 몸과 마음을 적셨다.
■ 선택 : 사랑해요
청년들은 온 정신을 집중해 스스로의 마음 끝까지 걸어갔다. 그리고 비로소 깨달았다. 오랜시간 갈망해온 것은 다름아닌 ‘주님’이란 것. ‘엠마오로 가는 길’에 주님을 만났던 제자들처럼, 청년들은 ‘나눔’을 통해 서로의 신앙을 고백했다. “네가 나를 정말 사랑하느냐?”는 주님의 물으심에 가슴이 아파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세상의 수많은 가치들, 권력과 명예, 온갖 부귀영화, 성공을 향한 야망이 아닌 예수 그리스도를 선택하겠노라고 다짐했다. 그리스도만이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생명의 물을 주시는 분이라고, 이 젊음과 열정을 다 바쳐 당신을 사랑하겠다고, 청년들은 고백했고 주님을 ‘선택’했다.
■ 연대 : 하나가 되게 하소서
그러나 주님을 따르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청년들은 알고 있었다. 세상의 가치가 아닌 그리스도의 가치를 선택하는 것에는 용기가 필요했다.
그래서 청년들은 함께 걸었다. 임진각 부근 4km 길을 도보순례 하며 함께 기도했다. “아버지와 내가 하나인 것처럼 이 사람들도 하나가 되게 하여 주십시오(요한 17,11)”라고 기도한 예수님께 청했다. ‘세상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청년들의 마음을 붙잡아 주소서. 우리가 하나 된 마음으로 주님께 나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소서.’
도보순례가 끝나갈 무렵 하늘에서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청년들은 좌절하기보단 오히려 환호했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세차게 퍼붓는 굵은 빗줄기는 청년들의 어두운 마음을 씻어내리는 듯했다. 이어진 축제한마당에서 청년들은 쏟아지는 찬양의 목소리를 높였다. 양동이로 퍼붓는 듯한 폭우도 청년들의 열정을 사그라뜨리지 못했다. 평화누리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어깨동무를 한 청년들 모두가 주님 안에 한 가족이 됐다.
▲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주교(왼쪽에서 세 번째)와 함께 도보순례중인 청년들. 이날 청년들은 임진각 평화누리까지 4km 거리를 순례하며 ‘연대’의 기쁨을 체험했다.
■ 희망 : 주님, 저희는 당신께 희망을 겁니다
대회 마지막 날 아침, 하늘이 맑게 갰다. 하늘은 언제 폭우를 쏟아냈냐는 듯 파랗게 웃고 있었다. 지난 밤 비박을 해야 했던 청년들은 새벽 2시가 넘도록 폭우를 피해 잘 곳을 찾아 헤매느라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상황이었지만, 대회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고개를 내민 태양에 새로운 감동을 느끼는 듯 했다. 3박4일간 청년대회를 통해 함께 울고, 노래하고, 걷고, 어려움을 이겨냈던 청년들의 눈빛이 깊어졌다. 대회가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하느님께 희망을 건 청년들은 찬양을 멈추지 않았다.
“주님 안에서 사랑을 나눠요. 주님 안에서 하나가 되어요. 주님 안에서 자유를 누려요. 주님 안에서 기쁨을 느껴요. 주님 안에서 희망을 가져요. 주님 안에서 호프 인 갓(Hope In God)!”
8월 15일 오후 1시, 제2회 한국청년대회를 마치고 각자 삶의 자리로 돌아가는 청년들의 발걸음이 그 어느 때보다도 확신에 차 있었다. 그 발걸음에 한국교회의 희망을 심었다.
▲ 폐막미사에서 평화의 인사를 나누고 있는 청년들의 모습. 3박4일간의 여정 이후 이들은 각자 삶의 자리로 돌아가 신앙적 ‘희망’으로 살아갈 것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