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위해 성공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코리안 드림은 녹아버렸어요.”
꿈이 있었다. 고향에서 자신들만을 바라보고 있는 가족들을 위해 돈을 많이 벌고 싶었다. 그것이 전부였다. 꿈이 깨지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필리핀 출신 이주노동자 치토(가명·50)·로즈(가명·44)씨 부부.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던 부부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아내 로즈가 난소암(2기 말) 진단을 받은 것.
“눈앞이 캄캄했어요. 고향의 가족들 역시 암이라는 병명에 두려워했습니다. 다시 아내를 볼 수 없을까봐 돌아오라고 난리예요.”
남편은 아내가 수술실에 들어간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간단하다는 복강경 수술은 너무 커져버린 암 덩어리를 들어내느라 6시간이 소요됐다. 남편은 병원(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 수술실 앞 성모상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기도했다.
‘제발 우리 로즈를 살려주세요.’
치료가 시작되고 병원비는 쌓여 갔지만, 의료보험 혜택은 어림없었다. 사정을 들은 병원에서 150여 만 원을 깎아주고, 이주노동자를 위한 필리핀공동체에서 마련한 기금과 그곳에서 일하는 김정대 신부(예수회)가 지인들을 통해 어렵사리 모은 돈 등이 지원됐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병원비는 역부족이었다.
무엇보다 고통스러운 것은 고향에 있는 가족들에게 더 이상 돈을 보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아들 생활비는 물론 조카의 학비까지 보내왔지만 이젠 아내가 아파 몽땅 병원비로 쓰이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조카도 학업을 중단했다.
6번의 항암치료 중 절반이 지났다. 아내는 다시 꿈을 꾸며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지금 남편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내를 위한 위로뿐이다. 남편은 아내의 손을 꼭 잡았다.
“이 모든 것이 하느님의 뜻이겠지요. 우리 로즈는 꼭 나을 겁니다.”
※도움 주실 분 702-04-107118 우리은행 703-01-360433 농협 예금주 (주)가톨릭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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