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30대 주부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여자 신자들은 미사에 참례할 때 항상 미사보를 써야 하는 것으로 알고 그렇게 해 왔습니다. 그런데 점점 커가면서 미사보를 쓰는 것이 여성차별의식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성당 안에서 하얀 미사보를 쓴 여성 신자들이 미사에 참혜하는 모습은 참 아름답다고 생각하면서도 왠지 거부감이 들곤 합니다. 이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갖고 있는데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까요?
【답】현대사회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사회 문제의 하나가 바로 남녀 성차별 문제가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논의는 교회 안에서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 논의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무조건적으로 여성을 피해자로 처리하면서 모든 것을 남성과 동등하게 해야만 성차별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태도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여성만의 고유성, 남성과 여성의 근본적인 차이, 남성과 여성이 함께 할 수 있는 점 등을 구분하지 않고 오로지 남성이 하는 것처럼 여성도 똑같이 할 수 있고, 할 수 있어야만 비로소 남녀 평등이 실현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성향에서 여성 신학을 전개하다 보면 성서의 모든 가르침을 이러한 성차별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석하는 오류를 범하게 됩니다.
가톨릭 교회 안에서 전례 중에 여자 신자들이 미사보를 쓰게 된 것은 고린토 전서 11정 2절부터 16절까지의 말씀에 근거합니다. 바오로 사도께서 말씀하신 「여자가 머리를 가리워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읽어보시면 크게 두 가지 점에서 살펴볼 수 있겠습니다.
첫째, 바오로 사도는 여자가 전례중에 머리를 가려야 하는 이류에 대해 설명하면서 자신이 전해준 것이 바로 교회의 전통(2절)이라고 하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둘째, 그렇다면 사도들로부터 이어져 오는 전통의 근거는 무엇일까요? 바오로 사도께서 이에 대해 설명하시면서 과연 남녀 성차별을 염두에 두셨겠는가 하는 점을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성서적인 근거를 제시하면서 여자를 남자에게 종속시키는 듯한 표현을 사용하고 계신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와 바오로 사도가 살고 있던 시대에는 노예 제도가 존재하고 있었고, 같은 자유인이라고 여자가 남자에게 예속된 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바오로 사도가 남성과 여성의 차이와 질서의 근거를 창조의 가르침 안에서 설명하심으로써 오히려 여성의 품위와 역할을 밝혀주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머리와 관련된 여성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강조하는 부분도 눈여겨 보아야 할 부분일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미사보를 쓰는 것에 대해 남성보다 귀찮은 물건 하나를 더 가지고 성당에 가야하고 여성들에게만 요구되는 차별적인 제도라고 생각하시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오히려 바오로 사도의 가르침을 잘 묵상하시면서 여성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아름다움을 전례 안에서 표현하는 가톨릭의 전통적인 전례의 한 부분이라고 이해하시면서 참여하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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