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어, 진강이네가 몇 호지요?』
『진강이요? 아하 아이 많은 지입!』
아파트 경비 아저씨는 아이 많은 집 호수를 금방 일러준다.
진강이네는 요즘 보기 드물게 형제가 많은 집이다.
옛날 어머니 어린 시절이라면야 네명의 아이드이면 오히려 단촐하다고 하겠지만 지금에야 어디 그런가, 한 집에 한 명이거나 많아야 둘이다.
그런데 네 명이라니, 진강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라인에서 아이 많은 집인 것은 물론이고, 305동에서도 제일 아이 많은 집이란다.
큰 아이부터 진강, 선강, 미강, 겨우 막내가 된 아이 현민이.
이름을 들으면 오라, 막내 현민이가 사내아이구나 하실 거다. 또 어떤 이는 사내아이 얻으려고 딸 셋을 두었구나 하실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아이들을 좋아했던 진강이 부모는 하느님이 주시는 대로 받은 모두 어여쁜 자식이라 여긴다.
다만 막내 현민이는 몸이 약한 아이이기 때문에 조금, 아주 조금 더 신경을 쓰게 되는 것일 뿐.
네 아이들은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6학년, 4학년, 1학년에 다니고 있다.
언니 진강이는 중학생이 되고부터 하고 싶은 것, 갖고 싶은게 많아서 야단이다. 귤을 많이 먹어야 피부에 좋다는데 귤 실컷 먹어 보았으면. 나도 혼자 쓸 수 있는 내 방이 있었으면, 친구랑 전화도 하고 책도 읽을 수 있었으면 그리고 또, 또….
엄마가 늘 하시는 말,
『너는 큰 언니야, 동생들에게 좋은 본을 보여야지』『엄마 난 큰 언니 안할래. 동생이 줄줄이 있는 그런 언니는 싫어』진강이의 볼멘 대답. 아이 넷 치닥거리 하느라고 나이 셀 겨를도 없이 산다는 엄마를 보면 진강이의 투정은 풀이 죽는다.
참, 지난해 엄마가 크게 아프신 적이 있었다.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겁이 나고 눈물이 난다.
『진강아, 엄마는 널 믿는다. 동생들 잘 챙겨라. 이모가 도와 줄꺼야』
진강이 형제는 그 때 얼마나 잘 뭉쳤는지 모른다. 특별대우를 받아 안되고 약하다고 생각했던 현민이도 방 청소하기, 둘째, 세째는 세탁기로 빨래하기, 진강이는 동생들 밥 먹이기를 나누어 맡았다.
『그래, 우리들은 잘 할 수 있어. 우리는 넷이나 되잖아』
그런 생각과 다짐이 아이들 마음을 훌쩍 자라게 했다.
다른 집 형제보다 곱이 많은 진강이네. 아이 많은 집 아이들은 건강하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아이들에게는 땀냄새와 먼지냄새가 폴폴 난다. 이제 그들은 작게 다투면서 샤워를 하고, 은근히 엿보면서 남기지 않고 밥을 먹을 것이다.
텔레비전 채널로 실갱이 하고, 아침에 입을 옷 때문에 둘째와 셋째는 티격거릴 거다.(둘은 체격이 비슷하다)
그래도 이곳에는 지켜야 하는 질서가 있고, 양보의 순서가 매겨져 있다.
『아유, 언니 집에 오면 정신이 빠져요』이모의 말에 엄마는 방긋 웃으며 말한다.
『하느님이 현민이 아우를 주시면 감사히 받을거야. 좋은 성직자가 되도록 키워볼텐데』
많은 형제 속에서 진강이네 아이들은 경쟁과 이기심보다 양보와 인내를 터득하며 자라고 있다.
가끔 혼자인 또래를 부러워할 때가 없진 않지만.
청소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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