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년동안 애타게 기다렸는데 하느님은 이번 성지순례를 통해 그 한을 풀어 주셨습니다』
가톨릭신문사 성지순례에 참여했던 마산교구 진해 덕산본당 장덕수(도마·69세)씨가 순례중인 6월 4일 밤, 연길 대우호텔에서 그토록 그리던 친척들과 극적인 상봉을 했다.
53년전인 1946년, 공산정권의 핍박이 가해지자 이를 피해 월남했던 장덕수씨는 이날 북한을 떠나 연길로 건너와 살고 있던 이모 김길분(78세)씨와 이종사촌 조복동(63세)씨. 조카 최호준(29세)씨 등 일가족 3명을 만난 것.
함경북도 남양이 고향인 장덕수씨 가족은 아버지가 토지를 많이 소유하고 있었던 지주였기에 공산당이 들어서면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남한으로 내려왔고 그때부터 이모 가족들과 소식이 두절돼 생사조차 모르는 반세기를 살아왔다.
그 뒤 이모 가족들도 북한을 떠나 연길로 이주했으며 남달리 가깝게 지냇던 이들 가족들은 서로를 찾고자 하는 노력을 백방으로 펼치기도 했다.
『연길에서 서울의 텔레비젼 방송국으로 편지도 보내고 온갖 노력을 다했지만 찾지 못했어요. 그러나 우연히 중국을 드나들던 고향사람을 통해 남한에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소식이 없자 조카 장덕수씨가 군대에 끌려가 죽은 것으로 알았다는 이모 김길분씨는 우여곡절 끝에 살아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때부터 어떻게 하면 한번 만나 볼수 있을까 노력했으나 생활이 여의치 않아 차일 피일 미루어 왔었다.
그러다 가톨릭신문사 성지순례단의 일원으로 중국을 방문하기로 한 장씨가 편지를 보냈고, 편지를 받은 이모 가족들이 이날 숙소인 호텔을 찾은 것이다.
장덕수씨는 이날 밤 연길의 이모집을 찾아가 지난 세월동안 묻어둔 고향의 소식을 나누며 밤을 꼬박 세웠다고 한다.
『지난 91년에 돌아가신 아버님도 고향이 그립고 친척들이 보고 싶다며 자다가도 일어나 눈물을 흘릴정도로 고향에 대한 향수를 잊지 목한채 한평생을 아쉽게 살다가 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중국 도문에서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자리잡은 지척의 거리에 고향을 두었지만 수만리를 돌아 도문의 두만강가에 도착한 장덕수씨. 그는 손에 잡힐듯 가까운 거리지만 끝내 고향땅은 밟아보지 못한채 아쉬운 발걸음을 되돌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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