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월 ‘책사랑, 이웃사랑, 하느님사랑’이라는 모토를 걸고 독서운동을 시작한 서울 문정동본당(주임 김홍진 신부)에는 이미 책읽기에 흠뻑 빠진 마니아들이 많다. 독서운동을 시작한지 이제 6개월, 무엇이 신자들을 책읽기 매력에 빠지게 했을까? ‘책사랑, 이웃사랑, 하느님사랑’의 비결을 파헤쳐 본다.
▲ 서울 문정동본당은 올 2월부터 40주간 동안 ‘책사랑 이웃사랑 하느님사랑’ 독서운동을 펼치며,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로 새로운 독서운동의 틀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신자들이 원하는 것을 충족시켜라. 이것이 첫째 비결이다.
사순 제1주부터 독서운동을 시작한 본당은 오는 그리스도왕대축일(11월 21일)까지 40주간 동안 독서운동을 펼친다. 그 기간 동안 ‘도서선정위원회’에서는 4주에 한 번씩 주보를 통해 신자들이 읽으면 좋을 책 8권을 소개한다.
추천도서의 범주는 다양하다. 신심서적은 물론이고 일반서적 중에도 신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라면 추천도서로 선정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철저하게 신자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본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본당에서는 1~3권을 추천하는 데 반해서, 문정동본당에서는 8권이나 소개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런 노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도서가 ‘성경’이다. 성경을 40주 동안 완독할 수 있도록 나눠, 안내하고 있다. 두께만 보고 지레 겁을 먹었다가 독서운동 덕분에 부담을 줄이고 성경을 읽기 시작했다는 신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또한 성인뿐 아니라 초·중등부 주일학교 학생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추천목록을 따로 마련해, 본당 도서관에서 대여하고 있다. 이 밖에도 세례를 앞두고 있는 예비신자들을 위해서는 천주교에 대해 알려주는 책을, 부모들에게는 자녀교육과 관련된 책을 추천하는 등 다양한 주제의 책들을 소개하려고 노력한다.
▲ 본당은 추천도서를 10%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수익금은 초등부 주일학교 운영비로 활용함으로써, ‘책사랑 이웃사랑 하느님사랑’을 말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
둘째, ‘재미 곁들여라’
▲ 추천도서를 만남의 방 한쪽에 전시해 놓는다. 이와 함께 신자들에게 추천도서를 신청받기도 한다.
추천도서 선정 속에도 그 재미가 곁들여 있다. 주임신부와 보좌신부, 수녀 등 본당 성직·수도자들이 직접 추천하는 도서를 소개하기도 했다. 노력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본당 신자들이 좋아하는 소설가 박완서(정혜 엘리사벳)씨와 같은 유명작가들에게도 추천을 받고, 9월에는 한수산(요한 크리소스토모)씨를 초대해 ‘저자와의 만남’ 자리를 마련한다.
잘 갖춰져 있는 홈페이지를 활용하는 것도 효과를 보고 있다. 본당은 홈페이지에 ‘이달의 추천도서안내’ 코너를 따로 운영하고 있다. 이 안에는 도서추천 목록 외에도 ▲책 읽고 나도 한마디 ▲나의 추천도서 등 신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놓아, 서로 책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추천하는 등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 게시판은 특히 40~50대의 신자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어, 독서운동이 잠자고 있던 중년층 신자들의 열의를 깨웠음을 확인할 수 있다.
셋째, ‘사목활성화 유도하라’
적극적이고도 다양한 활동으로 진행되고 있는 독서운동은 본당 신자들의 신앙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평일미사 중 영성체 후 묵상 시간에는 수녀들이 직접 추천도서 중 한 권의 내용을 낭독하기도 하고, 직접 책을 사서 돌려보고 나눔을 하는 소공동체 모임도 늘어나고 있다. 청년단체와 쁘레시디움도 독서운동에 적극적이다. 자연스럽게 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침체돼 있던 본당 책방을 찾는 신자들도 많아졌다.
본당의 독서운동이 눈길을 끄는 것은 여러 공동체가 함께한다는 점이다. 사목회의 적극적인 협조 하에 교육분과와 홍보분과, 주일학교 자모회 등이 힘을 모으고 있다. 특히 자모회가 운영하는 책방 ‘책향기’의 수익금은 초등부 주일학교 운영비로 활용되고 있어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김홍진 주임신부는 “신자들 중에서 관심 있는 사람들이 4주 동안에 적어도 1~2권만 읽고, 참여한다면 그것이 바로 독서운동의 성과”라며 “40주간 동안 책을 읽는 운동을 했다면 이를 바탕으로 다음 단계의 운동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