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기회 제1회 여기애인상 수상 청소년들은 수상 특전으로 이뤄진 일본 나가사키 순례에 대해 이러한 소감을 내비쳤다.
피폭 희생자로 방사선에 자신을 고스란히 노출시키면서, 신음하는 이들을 보살폈던 나가이 다카시(바오로·1908~1951) 박사.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서 하느님의 말씀을 따라 ‘여기애인’(如己愛人·남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의 정신을 살던 그를 배우기 위해 한국여기회와 제1회 여기애인상 수상 청소년들이 8~11일 함께 했던 나가사키 순례의 시간들.
‘자라나는 신앙의 떡잎이 될 것 같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청소년들은 그렇게 나가사키를 떠났다.
신앙으로 만난 일본 청소년
9일 청소년들은 떨리는 마음으로 일본 나가사키 가톨릭센터를 찾았다. 천주교 신자인 일본 청소년들을 만나는 시간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떨려요. 일본 말 하나도 못 알아듣는데….”
이미 도착해있던 일본 청소년들이 박수로 한국 청소년들을 맞이했다. 나가사키대교구장 다카미 미츠아키 대주교와 몇몇 사제도 웃는 얼굴로 그들을 반겼다.
▲ 순례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한국여기회 총재 이문희 대주교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가슴 두근거리는 어색함도 잠시, 청소년들은 각각 조를 이뤄 한데 둘러앉았다. 서로의 언어로 자신의 이름과 세례명을 말하는 자기소개 시간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내 이름은 ~입니다. 와따시와 ~데쓰.”
재미있는 발음으로 실수가 거듭되자 이내 서로의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양국 청소년들은 웃고, 떠들고, 박수를 쳤다. 도무지 한국어 발음을 따라할 수 없는 한 일본 중학생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웃자 그 모습을 보고 한국 청소년들의 웃음보도 터졌다.
건물을 뚫고 들어오는 한여름의 뙤약볕. 여름의 맹 열기도 물리칠 만큼 청소년들은 비지땀을 흘리며 서로를 알기에 바빴다. 자기소개를 끝내고 벌써 다른 말까지 가르쳐 주는 조도 있다.
이내 모든 청소년들이 하나의 원을 만들어 앉았다. 자기소개 시간이 시작됐다. 한 일본 청소년이 부끄러운 마음에 바들바들 떨며 한국말을 떠듬떠듬 시작하자 한국 청소년들이 “다이죠부(괜찮아)”를 외친다.
▲ 9일 한자리에 모인 한국과 일본 청소년들이 자기소개 시간을 갖고 있다. 서로 언어는 통하지 않았지만 마음은 이내 하나가 됐다.
“내 이름은 ~입니다. 세례명은 요셉입니다. 잘 부탁하므니다.”
‘와’ 모두가 탄성을 질렀다. 서로의 언어로 말하자 흐뭇한 미소가 이내 입가에 번진다. 청소년들은 서로의 닮은 점을 금세 찾아냈다. 국적만 다를 뿐 비슷한 나이라는 점, 검은 머리를 가진 아시아인이라는 점, 가까운 나라라는 점, 그리고 세례명이 같다는 점….
처음 만난 다른 나라의 친구들이지만 그들의 세례명이 같았다. 루치아, 요셉, 프란치스코, 마리아, 바오로. 하나의 신앙이기에 그 안에서 그들은 ‘하나’다.
이어 펼쳐진 평화 관련 게임. ‘아베 마리아’ 노래를 함께 부르며 노래에 맞춰 돌다가 의자에 누가 먼저 앉느냐하는 게임이다. 인원보다 의자를 하나씩 더 빼며 청소년들은 즐겁게 게임에 임했다.
이어 4개의 의자에 최대한 많은 숫자의 청소년들을 앉게 한다. 청소년들은 서로의 자리를 조금씩 양보하며 앉았고, 서로의 무릎에, 또 그 무릎 위에 서로를 앉혔다. 게임을 진행한 가미사키 신이치 신부는 “어른들의 세상은 마치 의자 빼앗기 게임의 세상이 아니었을까”라는 말로 평화에 대한 운을 뗐다.
▲ 한국과 일본의 청소년들이 만난 자리에서 나가사키대교구장 다카미 미츠아키 대주교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
▲ 한국과 일본 청소년들이 게임을 통해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시간을 갖고 있다.
▲ 한국과 일본 청소년들이 교류시간 후 ‘평화의 미래’를 함께 건설할 것을 다짐하며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청소년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실제로 이번 만남은 한국 청소년들과 교류를 갖기 위해 일본 전역의 청소년들이 모인 것이다. 나가사키대교구 후카호리본당, 가코마치본당은 물론 멀리 오사카교구에서도 이곳을 찾았다.
정하준(예비신자·17) 학생이 일본 청소년들과의 교류시간을 마치고 조용히 자신의 소감을 전했다.
“저희는 ‘민족적’으로 만난 것이 아닌 ‘하느님’이라는 한 분 안에서 만나 서로 친해질 수 있었어요. 예비신자지만 한국으로 돌아가 이제 누구보다 더 열성적으로 천주교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평화’를 원하시는 하느님. 앞으로 청소년들이 살아갈 세상을 ‘평화의 미래’로 만들기 위해 그들은 서로에게 ‘평화를 빕니다’라고 인사했고, 웃음으로 대답했다. 교류시간을 끝내고 함께 평화기원미사에 참례하기 위해 성당으로 달려가는 청소년들의 발걸음이 가볍다.
■ 한국여기회와 나가이 다카시 박사
“남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
병 중에도 남 돌보며 평화 정신 거듭 강조
▲ 나가이 다카시 박사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됐을 때, 큰 부상을 입고 부인 미도리 여사까지 잃었으나 피폭자 구호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다 자리에 눕는다.
병환 가운데서도 그는 가톨릭 신자로서의 두터운 신앙심으로 「나가사키의 종」 「묵주알」 등 10여 권의 저서를 집필했으며, ‘여기애인’과 ‘평화’의 정신을 거듭 강조하다 선종했다.
박사는 자신의 모든 삶 안에서 온 세상 사람들에게 전쟁의 어리석음, 핵무기 반대, 평화의 소중함, 예수가 외쳤던 이웃사랑에 대한 정신을 일깨워주고자 많은 노력을 했다.
한국여기회(총재 이문희 대주교, 회장 최옥식)는 이러한 이웃사랑과 평화의 정신을 기리고자 설립됐으며, 미래를 짊어지고 갈 청소년들에게 평화정신을 함께 심어주고자 올 3월 제1회 여기애인상을 제정한 바 있다.
※문의 053-254-0151 한국여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