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 미국 외신종합】9·11 테러 사건의 현장인 뉴욕 ‘그라운드 제로’ 근처에 모스크(이슬람 예배당)를 건립하는 문제를 놓고 이를 둘러싼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찬반 양측은 22일 그라운드 제로 인근에서 이 문제를 놓고 시가행진을 펼치며 열띤 시위를 벌였다.
모스크 건립을 옹호하는 측은 ‘종교적 관용’과 ‘헌법적인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가 무산된다면 미국이 종교의 자유가 없는 국가로 전락할 것이란 논리다. 반면 모스크 건립에 반대하는 이들은 “이슬람 테러 단체인 알카에다의 공격으로 3000여 명이 희생된 장소 인근에 이슬람 사원을 짓는 것은 희생자와 미국에 대한 모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반대 측에는 9·11 테러 희생자 가족들이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내 이슬람 단체들은 그라운드 제로에서 두 블록 떨어진 곳에 약 1억 달러의 예산을 들여 13층 빌딩의 이슬람 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 건물에는 모스크, 수영장, 체육관 등의 시설이 들어서며 YMCA와 유사하게 운영될 예정이다. 무슬림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새 건물 건립을 추진하는 곳에서 기도회 등 종교 활동을 펼쳐왔다.
문제는 모스크에 대한 찬반 논란이 종교 간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 문제가 미국 전역으로 번지면서 이슬람에 대한 혐오증과 나아가 이민자에 대한 증오심이 미국 국민들 사이에서 싹트고 있다.
최근 테네시주에서는 개신교 목사들을 주축으로 한 수백 명의 시위대가 연일 이슬람 센터 건립 반대를 외치고 있으며, 이는 캘리포니아주와 위스콘신 등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플로리다주의 ‘도브 월드 아웃리치센터’ 교회는 앞마당에 ‘이슬람은 악마’란 팻말을 세우고 오는 9월 11일 이슬람 성서인 코란을 불태우는 행사를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무슬림들을 격노케 하고 있다.
그리스 정교회 미국대교구 측은 9·11 당시 파괴된 ‘성 니콜라스 그리스 정교회 성당’ 재건을 놓고 “당국과 뉴욕시 역사건물보존위원회가 모스크 건립은 허용하고 성당 재건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며 공개 비난에 나섰다.
가톨릭교회의 뉴욕대교구장 티모시 돌란 대주교는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가톨릭교회는 원칙적으로 종교적 차별에 반대한다”며 “찬반 양측이 합리적인 토론을 통해 절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가톨릭교회도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한편 데이비드 패터슨 뉴욕주지사는 그라운드 제로에서 좀 더 떨어진 곳에 대안을 모색하자고 제안했으나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다음달로 9·11 테러 9주년을 앞두고 미국은 모스크 건립 문제로 겨우 아물었던 상처가 다시 곪아터지는 양상이다.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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