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문수(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 부원장)나는 3년째 지역에서 아빠들과 책읽기 모임을 해왔다. 2년이 지나면서 이제는 엄마들도 참여해 책을 읽고 있다.
얼마 전 2주년 행사를 가지면서 “우리는 왜 책을 읽는가?”라는 주제로 회원들이 나눔을 가졌다. 놀라웠던 것은 회원들이 하나 같이 “책 읽는 것이 행복했고, 책 때문에 다시 꿈을 꿀 수 있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아이 키우고, 돈 버느라 젊었을 때 가졌던 꿈들을 잊고 살았는데, 책을 읽으면서 그 꿈을 다시 찾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생활의 활력이 생겨 자녀, 배우자, 그리고 이웃들에게 웃으며 대할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다 큰 어른들이 꼬박꼬박 2주에 한 권씩 책을 읽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 본인들이 행복하지 않았다면 절대 할 수 없었을 일이다. 이렇게 책 읽는 어른들이 늘고 있다.
매주 한 권씩 책을 읽는 회사들도 많다. 처음에는 경영에 관련된 책들을 많이 읽었는데 요즘은 인문학 책들을 더 많이 읽는다고 한다. 특히 역사분야가 인기라고 한다. 처음에는 회사일이기 때문에 의무감으로 읽었는데 소재가 다양해지면서 즐겁게 읽고 그 덕에 업무에도 큰 효과가 있다고 한다. 경영학에서는 이런 것을 ‘학습조직’이라 부르는데, 요점은 ‘끊임없이 공부하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학습조직은 의무감이 앞서는 것이라 효과를 보기 힘들다. 읽는 것이 행복해야 일하는 것도 행복한 법이니 말이다. 이러한 사실을 뒤늦게 간파한 회사들은 경쟁력 대신 행복해지기 위해 책읽기를 권장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아침에 10분 독서운동이 유행이다. 아침에 수업시작하기를 기다리며 맑은 정신으로 10분 동안 책을 읽는 것인데 효과가 아주 좋다 한다. 이 덕에 아이들이 책을 잘 읽게 되었다고 한다. 필자의 막내도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학교에서 이 운동을 하게 되면서 많이 읽는다. ‘생각주머니’가 많이 자라기 때문에 좋단다.
천주교 신자들은 60%가 일 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고 한다(통합사목연구소, 가톨릭신자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 2007. 68쪽). 그나마 읽는 이들도 절반은 반년에 한 권 정도 읽는다고 한다. 성경도 읽지 않는데 다른 책을 읽는 것이 사치이기는 할 것이다.
얼마 전까지 다들 경쟁력 강화차원에서 책을 읽으려 하거나 읽히려 했다. 그런데 경쟁력을 앞세우는 책읽기는 오히려 읽는 이의 스트레스를 가중시켜 경쟁력을 떨어뜨렸다. 그런데 읽고 싶은 책들을 자유롭게 읽게 하니 행복해져 직원은 물론 조직의 경쟁력도 높아졌다 한다.
책 읽기는 신앙의 기준으로 보자면 성찰과 같은 것이다. 자신을 돌이켜보게 되는 까닭이다. 그리고 남의 눈으로 자신을 보게 된다. 덤으로 책을 읽으면 생각이 커지고, 커진 생각은 다른 이들을 품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준다. 무엇보다 자신이 행복해진다. 무엇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자신이 행복하기 위해서, 그리고 그 행복을 다른 이들과 나누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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