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1일 예수성심 대축일에 사제의 해가 공식적으로 폐막되었는데, 사제직에 대한 성찰과 반성, 하느님이 주신 사제직의 은총에 감사하는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비안네 신부님처럼 기도와 겸손, 희생과 봉사로 무장하여 영적인 사제, 성스러운 사제가 되는 것 뿐만 아니라 시대적 징표를 읽고 지역사회에 주민을 위한 복지사목을 펼친 그분의 사목적 열정까지 닮는 것을 신자들은 모든 사제들에게 바랄 것이다. 특히 성스러운 사제라도 시대적 징표를 제대로 읽지 못한다면 19세기나 20세기에나 유효한 존재로 남게 될 공산이 크다. 그래서 사제가 시대적 징표를 읽기 위해서는 늘 ‘배우는 사제’가 되어야 한다.
배우고 공부하는 사제가 되는데 지름길은 항상 책을 읽는 것이다. 성경, 가톨릭 교리서, 교회문헌과 사회교리 등을 깊이 연구할 뿐만 아니라 신심서적을 통한 영적 독서와 시대정신을 깨우칠 수 있는 일반서적을 두루 읽어야 한다. 요즘은 ‘평생학습’이란 개념이 일상화되어 있다. 사제도 여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 시대가 하루가 멀다 하고 빠르게 변하기 때문이다. 사제가 꾸준히 책을 읽을 때 자기 성찰과 반성은 물론이요, 사회와 소통을 통해 창조적인 사목을 지향할 수 있다.
필자는 본당에서 책을 가지고 미사 중에 강론을 하고 있다. 신자들에게 미리 추천도서를 알려주고 독서 진도표를 나누어주어 각 주간 분량을 읽어오게 한다. 책 선택의 기준은 전례력 혹은 시기별 상황에 따른다.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 미사 강론 때 신자들과 그 주간에 읽은 내용을 나누게 되는데, 약 2달 정도면 책 한 권을 끝낼 수 있다. 열심히 책을 읽어오는 신자와는 간단한 대화를 할 수 있지만, 전혀 읽지 않은 신자라도 필자가 요약해주는 설명으로 새로운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신자들은 부담없이 신선한 느낌으로 미사참례하며, 지루한 강론에서 벗어나 신앙생활의 기쁨과 즐거움을 체험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전례와 연계된 독서사목의 한 가지 방법이다.
또 다른 책읽기의 체험은 독서모임이었다. 일명 ‘책을 사랑하는 모임’(책사모)을 본당 신자 10여 명과 함께 구성하여 일주일에 한 번 만나 나누었다. 이 모임이 어느 정도 정상 궤도에 올랐을 때 필자는 책사모에서 빠져나와 평신도 스스로 진행하도록 했다. 시, 그림, 독후감, 일기 등 다양한 방식에 따른 발표가 인상적이었다. 신자들은 이 모임을 통해 친교를 나누기도 했고, 어느 때는 삶의 고통과 상처를 치유하기도 했다.
독서사목은 아무래도 사제가 먼저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한국교회 안에서 사제는 신자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존재이기 때문에 책에 대한 사제의 말 한 마디는 큰 힘을 발휘한다. ‘책을 읽는 사제’는 분명 자신이 깨닫고 얻은 바를 신자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나누게 되어 있다. 즉, ‘책을 읽어주는 사제’가 된다. 자신이 감동받은 책을 신자들에게 소개하기도 하고, 강론이나 강의 중에 책의 내용을 인용하게 된다. 따라서 사제가 먼저 책을 읽어야 한다. 예를 들어, 비안네 신부는 교구사제들로부터 외모와 무식 때문에 늘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결코 무식한 사제가 아니었다. 성인전을 철저히 알고 있었고, 강론과 교리 시간에 이 지식을 놀라운 기지로 활용했으며, 꾸준한 독서로 자신의 부족한 신학 지식을 채워 나갔다. 비안네 신부를 닮고자 한다면 책을 읽고 신자와 나누면 된다. 사제에게 줄 선물을 고민하는 평신도가 있다면 주저 말고 책을 선사하기 바란다. 다른 선물보다 책이 사제에게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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