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에 관한 사자성어가 생각난다.
가난한 사람이 반딧불과 눈(雪)빛으로 글을 읽어가며 고생 속에서 공부함을 일컫는 ‘형설지공(螢雪之功)’이나 낮에 일하고 밤에 책을 읽는 모범적인 삶의 태도를 의미하는 ‘주경야독(晝耕夜讀)’이 그것이다. 예전부터 사람들은 조용한 시간에 책과 대화를 나누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러 사람이 모여 공동체를 이루어 책을 함께 읽는 방식이 늘고 있다.
독서모임, 독서클럽, 독서학교, 혹은 독서대학이라는 다양한 공동체 독서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개인적 취미와 취향이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 독서모임이나 독서클럽을 형성하는 것이다. 요즘 인문학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속도와 시간을 중시하는 경쟁적인 삶을 성찰하고 반성하며 보다 넓은 인생의 통찰을 얻고자 함께 책을 읽고 나누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예를 들어, ‘독서대학 르네21’은 최근에 인문학 독서의 힘을 진작 깨달은 대한성공회가 출판단체인 한국출판인회의와 손잡고 문을 연 학교인데, 물질주의를 향한 지나친 욕망을 멈출 대안으로 ‘성찰적 책읽기’를 강조하고 있다.
공동체적 독서는 가톨릭교회의 오랜 전통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요즘 신자들 사이에 널리 퍼지고 있는 ‘거룩한 독서(Lectio Divina)’로, 단순하고 정감적인 마음으로 성경을 읽고 맛들여 궁극적으로 하느님과 관상적인 일치에로 나아가는데 목적이 있다.
개인이 할 수도 있지만, 본당에서 미사 전이나 후에 신자들이 모두 공동으로 성경을 읽는 ‘성경 독서’도 이런 형태 중 하나이다.
책은 지역사회와 공동체를 이루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 여러 본당에서 이미 도서관이나 북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 방배동본당은 초등부 주일학교 학생 대상으로 ‘작은도서실’을, 목3동·신사동·녹번동본당은 신앙서적과 일반서적을 골고루 비치한 ‘열린도서관’ 혹은 ‘작은도서관’을 운영하여 신자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에게도 개방하고 있다. 일부 성당에서는 휴게실을 활용하여 북카페 형식을 갖추고 있다. 성당에 도서관이나 북카페가 있을 때 신자나 비신자, 어린이나 어른, 남자나 여자 모든 계층과 연령에 상관없이 이용할 수 있고, 더 나아가 부모와 자녀가 함께 모여 책을 읽고 나눔으로써 가정성화를 이룰 수 있다.
본당 내에 도서관이나 북카페가 운영된다면 다양한 교회활동의 가능성이 열린다.
우선, 주일학교 초·중고등부 교리교육이 책이 있는 공간과 연결되어 풍부한 교육이 실행될 수 있다. 또한 저자와의 만남이나 인터뷰, 혹은 시낭송이나 구연동화 등의 여러 가지 독서 프로그램이 따를 때 신자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도 함께 참여하여 독서문화를 향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처럼 책은 지역사회와 소통하게 하는 효과적인 매개체이다. 독서사목을 통한 열린 교회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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