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중 교우로 10년 전에 개신교 신자인 남자와 결혼을 하였습니다. 제 불찰로 관면 혼배를 받지 않았고, 결혼 후에 냉담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몇 년 전에 가출을 해 지금까지 소식이 없고, 저는 아들 하나와 어렵게 지내고 있습니다. 최근에 친정 오빠의 간곡한 권유로 10년만에 고해성사를 보았습니다. 그런데 신부님께서 사죄경은 물론 보속도 주지 않으시면서 조당을 먼저 풀라고 하십니다. 저에게는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이 있는데 지금부터라도 성당의 주일 학교에 보내려고 합니다. 신부님, 제가 정상적인 신앙생활, 즉 고해성사를 하고 영성체를 모실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리고 아들을 주일학교에 보낼 수 있나요? 저는 남편이 다시 돌아온다 해도 다시 같이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답】혼인이 성사인 것은 주님께서 인간에게 당신 창조 사업을 이어가도록 맡겨주셨고, 아울러 남자와 여자가 협력하고 보완하면서 세상을 다스리도록 하라고 축복해 주신 것에서 비롯됩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새로운 가정을 이루면서 하느님 앞에서 자신들의 고귀한 서약을 하고, 하느님께서 내리시는 축복을 받지 못한 결혼을 조당(장애)이라 표현합니다. 다시 말해서 창조주이신 하느님 아버지의 축복과 허락을 받지 목한 혼인이므로 더 이상의 다른 축복을 받을 수 없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이러한 경우에 신앙인에게 주어지는 다른 축복들(성사의 은총)을 받기 위해서는 관면 혼인을 통해서 하느님과의 관계를 정상화해야 하는 것입니다. 사람에게 일생 일대의 중요한 행위라고 할 수 있는 가정을 꾸리는 혼인에 대해 세속적으로만 생각하면서 하느님께 나아가는 것을 거북하게 생각하는 신앙인이라면 다른 축복에 대해서도 더 이상 바랄 수 없는 것이므로, 결혼을 하고자 하는 당사자나 부모들은 이 점을 잘 이해시켜서 하느님의 축복 안에서 성공적인 결혼 생활을 이루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조당은 당사자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지 그 부모의 조당이 자녀들에게까지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므로 조당 중인 가정의 자녀들이라 할지라도 그가 하느님을 섬길 수 있도록 교리 공부와 세례 성사를 받도록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족들이 신자가 아니어도 그 중 한사람이 세례를 받을 수 있는 것처럼 부모가 조당 중이어도 자녀들의 신앙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부모들이 조당 중일 때는 자녀에게 좋은 모범이 되지 못하고, 냉담 상태에 있는 관계로 적극적으로 신앙을 권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자녀들도 자연 신앙으로부터 멀어질 가능성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자매님의 경우에는 우선 개인적으로 결혼 문제를 어떻게 이끌어 가실 것인지 가족들과 상의해 보셔야 하겠고, 무엇보다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가출 중인 남편의소재를 파악하고 서로 만나서 가정 문제에 대해 의논하셔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가정 안에서 어떠한 결론이 내려진 다음 조당 중인 혼인 성사에 관한 부분은 본당 신부님과 상의하시면 올바른 해결책을 제시해 주실 것입니다. 하지만 조당 중이라고 할지라고 기도 생활까지 포기하지 않도록 하시고, 비록 성체를 모시지 못한다 할지라도 미사에 참례하셔서 주님께 올바로 인도해 주시도록 청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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