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위대한 교황들이 20세기에 집중될 정도로 20세기는 가히 교황의 시대였다.
20세기 교황들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이자 문제는 근대문화에 대한 교회의 반대입장을 고수할 것인가 아니면 교회를 근대세계에 개방하고 문화와의 화해를 꾀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20세기 교황들은 베네딕또 15세까지는 흐트러진 교회의 모습을 정비하고 새로운 교회의 기틀을 다지는 시기였다면 요한 23세와 바오로 6세는 전체적인 종합을 그리고 이러한 모든 노력들이 요한바오로 2세 현 교황에 이르러 꽃을 피우게 된다.
레오 13세(1878~1903 )
20세기 교회의 단초를 연 레오 13세는 탁월한 학자요 외교가로서 교회와 문화와의 화해를 추구해 교회의 근대화에 대한 공헌이 지대할 뿐 아니라 교황직의 위신을 크게 증대시켰다. 재위기간 동안 무려 86개의 회칙을 발표하여 현대의 가톨릭 사상과 활동에 심대한 영향을 끼쳐왔는데 그중 노동헌장(Rerum Novarum)은 종래의 자선 방법이 아닌 사회정의 구조 안에서 노동과 자본의 관계를 규명한 최초의 가톨릭 사회이론으로 오늘날까지 인용되고 있다. 또한 레오 13세는 포교사업에 대한 정열이 대단해 포교구 48개 주교구 248개를 신설한 포교교황이기도 하다.
비오 10세(1903~1914 )
1954년에 시성된 비오 10세는 전임 레오 13세와는 달리 비정치적이고 경건한 인물로 교회의 내적 쇄신을 위해 노력했다. 이탈리아 군대의 로마 점령으로 중단되었던 제1차 바티칸공의회의 개혁안들을 과감히 실천에 옮겼고 전례개혁, 그레고리안 성가의 부흥, 교회법 개정, 교황청 개편 등에 귀중한 업적을 남겼고 성체성사에 관련된 신심을 강조해 성체교황으로 불렸다.
베네딕또 15세(1914~1922 )
1차 대전 발발 직후 비오 10세의 뒤를 이은 베네딕또 15세는 자신이 '서구의 자살'이라고 표현한 1차대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종전과 평화를 위해 지대한 노력을 기울였으나 빛을 보지 못하고 전쟁 후 결핵과 포로들을 보호하기 위해 애썼다. 전교지역의 방인선교사 양성을 역설하고 1917년 교회법전을 펴냈다.
비오 11세(1922~1939)
평화의 추구를 최대 목표로 내건 비오 11세 교황은 도처에서 자행되고 있는 교회박해를 종식시키기 위해 여러 나라들과 정교조약을 체결했고 재위기간 중 가장 중요한 사건인 라떼란 조약을 통해 바티칸 시국을 주권 독립국가로 세웠다. 또한 가톨릭액션 교황으로 가톨릭액션을 통해 평신도의 지위와 사명이 고취되기 시작했다. 회칙 사십주년(Quadragesimo Anno)를 통해 가톨릭의 사회교리를 재천명하고 노동자들의 정당한 임금과 복지향상을 역설하였다. 재위기간 중 전교사업이 전세계적으로 크게 발전하였다. 1925년 그리스도 왕 대축일을 제정했다.
비오 12세(1939~1958)
2차 대전과 가장 어려웠던 격동의 시기를 살아온 교황의 좌우명은 "정의는 평화를 가져온다"였다. 나치즘과 공산주의의 잔혹성을 질타했고 전쟁기간과 전후에 약소국가와 소수민족의 보호, 군비 축소 등을 역설해 교황청에 유태난민들을 무제한으로 받아들이고 로마 전역의 성당과 수도원에 은신처를 제공하기도 했다. 33명의 시성과 164명을 시복했으며 재속수도회를 교회법적으로 승인했다. 1950년 성모승천교리를 선포했다.
요한 23세(1958~1963)
최근 미국 가톨릭학자들에 의해 2000년 동안 가장 위대한 교황으로 선정된 요한 23세는 과도기적 교황으로 불리며 78세에 즉위했으나 교황직과 현대교회에 일대 변혁을 일으킨 위대한 교황이었다. 공의회에 앞서 로마교구회의부터 소집함으로서 군주적인 교황상을 버리고 교황직을 로마의 주교라는 평범한 사목직으로 바꾸어 놓은 그는 전세계 신자들의 진정한 목자가 되고자 했다. 교황의 첫 업적은 즉위 한달이 못되어 제 3세계 국가 출신을 포함한 새 추기경 23명을 탄생시킨 것으로 교황은 추기경단의 크기를 세계교회의 규모로 균등화하려 했고 이로 인해 비이탈리아인 교황이 선출될 가능성이 주어졌다. 그리고 즉위 세달이 지나기 전인 1959년 1월 25일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소집과 교회법 개정 의사를 밝혀 전세계 교회를 놀라게 했다. 교황은 공의회의 목적으로 교회쇄신, 갈라진 형제들과의 일치, 현대세계와의 대화를 강조했다. 여기서 새로운 교회상과 현대세계의 역사적인 만남이 이루어진 것이다. 교회를 세계에 개방한 교황은 이교인들과 같이 기도한 첫교황으로 비그리스도교인들에게도 교회를 개방했다. 요한 23세는 병석에 눕기 직전 마지막 회칙 '지상의 평화'를 발표해 개인과 공권력의 문제, 세계 공동선과 국제문제 등을 다루며 군비축소, 핵실험 금지, 사회경제문제의 해결, 소수민족의 권리, 양심의 자유 등을 역설하며 세계평화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집대성했다.
바오로 6세(1963~1978)
바오로 6세는 선임교황의 사망으로 중단된 공의회를 속개하여 4개헌장, 9개 교령, 3개 선언을 공포하고 교회쇄신의 기틀을 다졌다. 교황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제 2회기를 시작하면서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어떤 길을 가고 있는가?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세 가지 질문을 던지면서 "그리스도는 우리의 유일한 원천이요 유일한 길이요, 목표입니다"라고 답했다. 그리고 교황은 1964년 인도 봄베이의 세계성체대회에 참석을 필두로 미국방문, 콜롬비아 성체대회, 아프리카 방문 등 교황의 세계여행을 통해 교황사의 새 장을 열었다. 그리고 그리스도교 재일치를 위해 지대한 노력을 기울여 지속적인 대화를 추진했다. 또한 교황의 재위 15년 동안 평신도와 여성들의 지위가 향상됐고 교회법 전면개정 작업 착수,정의평화위원회 신설 등 사랑과 일치, 정의와 평화를 위해 일생을 바쳤다.
요한 바오로1세 (1978.8.26~1978.9.28)
겸손을 평생 좌우명으로 살아온 교황은 현대교회 사상 처음으로 교황을 왕으로 상징화했던 화려한 대관식 대신에 간단한 즉위미사를 통해 빨리움을 받음으로써 교황의 목자적 모습을 보여주었다. 첫 메시지에서 "교회의 사명인 복음전파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발표했고 요한 23세와 바오로 6세의 유지를 받든다는 의미에서 요한 바오로 1세로 교황명을 정해 선임교황들의 개혁정책을 촉진할 것을 분명히 했다. 교황직에 불과 33일 재임한 20세기 최단명의 교황으로 기록되고 있다.
요한 바오로 2세(1978~현재)
네덜란드 출신 하드리아노 6세(1522~1523 재위) 교황 이후 최초의 비이탈리아인 교황이자 사상 초유의 공산국가 출신의 제264대 교황으로 폴란드 공산치하에서 단호한 신앙을 지켜왔던 좥노동자의 추기경좦이었다. 동구권 몰락과 소련의 붕괴로 이어지는 공산주의의 몰락을 상징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요한 바오로 2세는 20세기 전임 교황들의 끊임없는 교회쇄신 노력을 꽃피우는 교황으로 새로운 천년기의 교회상을 준비해왔다. 교황으로 선출된 다음날부터 교황청 울타리 안에 머물기를 거부하고 평화의 사도로서 복음의 사도로서 전 세계를 순방해온 교황은 가는 곳마다 사회문제에 관한 주제를 적절히 발전시켜 거의 모든 차원에서 정의와 평화에 관한 가톨릭 교회의 원칙들을 개괄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교황을 '순례하는 회칙'이라고 부른다. 교회법을 개정해 새로운 교회법전을 반포했고 400여년간 내려오던 세계 표준 교리서를 개편해 '새 가톨릭 교회 교리서'를 내놓기도 했다. 공산주의 국가 출신의 교황은 1987년을 성모성년으로 선포해 기도와 신앙의 힘으로 공산주의의 붕괴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이외에도 교회일치운동, 민족분쟁 종식, 생명수호 문제 등에 역점을 두고 사도적 임무를 수행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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