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4년 5월 6일 여의도에서는 전 세계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국 천주교회 200주년 기념대회 및 103위 시성식」이 있었다. 세계에서도 유례없이 많은 성인이 탄생했지만 그분들을 기념하고 기억할 만한 상징이나 교회 예술품들은 거의 만들어지지 않았다. 103위 성인들 가운데서 극소수의 성인 영정(影幀)이 제작되었을 뿐 대부분의 성인들은 얼굴없이 이름만 알려져 있다. 1996년에는 「김대건 신부 순교 150주년」을 맞이하여 신앙대회를 비롯한 여러 행사가 치뤄졋지만 신부님과 관련된 교회 미술품은 거의 제작되지 않았다. 몇 안되는 김대건 신부님의 그림이나 동상의 거의가 도포 차림에 갓을 쓰고, 한 손에는 성서를 안고 다른 손으로 강복을 주는 정형화된 모습니다.
그 동안 한국천주교회는 교회 미술의 발전을 위해서 관심과 투자에 소홀했던 것 같다. 그런데 1995년 서울의 중심지에 자리잡고 있는 한 성당 입구에 특이한 모습의 김대건 신부 상(像)이 김미영 마리 뷔따 수녀(포교 성 베네딕도 서울 수녀회)에 의해서 제작되었다. 김수녀는 이화여대와 이탈리아에서 조각 공부를 하였으며, 현재는 단아(端雅)하면서도 신앙심이 깊이 스며있는 배어난 교회 조각품들을 제작하고 있다. 종로 성당에서는 본당 설정 40주년 기념으로 성당 앞에 청동(靑銅)으로 이 상을 만들어 세워 오가는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하였다.
김대거 신부 상은 전형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목에 큰 칼을 쓰고 있으며 양손은 신자들에게 축복을 주는 모양의 전신상(全身像)으로 제작되었다. 그분의 얼굴에는 처절한 고통 속에서도 굽히지 않았던 결연한 신앙의 의지가 담겨져 있으며 죽음을 뛰어넘어 영원한 생명으로 승리한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일찍이 교부 떼르뚤리아누스가 『순교자의 피는 그리스도인의 씨앗』이라고 말한 것처럼 그분은 순교를 통하여 우리에게 고귀한 신앙을 전해주고 있다. 이 동상은 김대건 신부님뿐 아니라 이 땅에서 수교한 유명, 무명의 모든 순교자들을 상징한다.
김수녀는 2년에 걸쳐서 성상을 만든 후 『김대건 성인은 죽음 앞에서도 굳건한 믿음과 희망을 지닌 신앙인의 위대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분의 삶은 현실에 안주하기 쉬운 우리 모든 신앙인들에 대한 채찍이 되기도 한다. 우리가 그분이 남겨준 교훈을 삶 속에 받아들여 진정한 믿음으로 승화시켜야 할 것이다. 늘 고정된 듯한 지도자적인 위치의 성인보다는 우리와 함께 고통 당하고, 고통을 뛰어넘어 영원한 세계를 믿고 제시하며, 함께 기도하는 성인의 모습을 통해서 그분의 전 생애가 우리 마음 속에 살아났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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