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주일학교 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대학교 3학년 학생입니다. 얼마전 불교의 한 사찰에서 마련한 명상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친구의 권유로 한 번 참가해보자고 해서 신청을 하게 됐습니다. 조용한 사찰에서 스님들의 생활을 그대로 따라하면서 심적으로 아정을 얻게 된 것 같은 느낌도 들었고, 전통적인 분위기가 제 정서와도 맞는 것 같기도 해서 올 여름 수련회에도 참석할까 고민중입니다. 하지만 태중 교우로 어려서부터 가톨릭적인 분위기에서 신앙생활을 해오던 저로서는 다른 종교의 프로그램에 참석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답】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비그리스도교에 관한 선언이나 종교의 자유에 관한 선언을 한 이후, 현대의 가토릭신자들에게 다양한 종교 문화를 접촉하고 대화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무엇보다 한국과 같이 다종교적인 상황, 그리스도교가 소수이며 그 전애 역사가 짧은 지역에서는 전통문화를 이해하고 토착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과제까지 주어졌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조심해야 할 것은 토착화나 전통과의 대화를 통해 복음 선포와 복음적인 삶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여러 종교나 문화에서 좋다고 여겨지는 것들만 마구 잡이로 모아 놓는다면 「종교 혼합주의」에 빠질 수 있고, 오히려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에 혼란을 가져올 뿐입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수많은 신흥 종교들 안에서 발견되는 공통점들이 바로 이러한 「종교혼합주의」현상입니다.
현재 우리 사회에는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의 분위기가 강하게 일고 있는데, 그와 함께 유교나 불교 등은 서당 생활이나 참선, 명상 등을 통해 우리의 전통 종교라는 측면을 강조하고 있고 많은 호응을 얻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질문자께서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서 마음의 안정과 평안을 얻으셨다고 하니 참으로 다행한 일입니다.
물론 믿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마음의 안정을 얻고 심리적인 측면에서 도움을 얻고자 하는 목적으로 이러한 프로그램에 참석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문제는 불교나 전통 종교에서 실시하는 명상 프로그램의 기기(氣) 수련법이나 호흡법 등은 자신들의 종교적인 가르침을 그 바탕에 두고서 그 단계에 도달하기 위한 정신적인 수행 방법으로 이러한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경우가 대단히 많기 때문에 참석자들의 의도와는 달리 결과적으로 종교적인 수행의 형태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먼저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자신의 전통과 신앙에 대해서도 소홀하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한국인으로서의 전통을 올바로 파악하고 조화를 이루어 나간다면 자신이 믿고 있는 신앙적인 가치와 인생의 의미도 훨씬 풍요롭게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불교의 선 명상 프로그램보다는 가톨릭적인 선 명상 캠프나 피정에 적극 참여해 보실 것을 권하고 싶고 인터넷 굿뉴스나 교회 신문, 교구주보 등의 알림난을 참조해서 우리 신앙과 전통을 접목시키고 있는 여러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지고 참석해 보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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