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남편은 IMF사태 이전에 중소기업을 경영하며 주위의 부러움을 사왔습니다. 회사 자금사정이 조금 어려울 때는 성당교우들로부터 급전을 빌려 쓴 후 곧바로 갚곤 했는데 IMF로 부도를 내게 됐습니다. 지금까지 저를 믿고 돈을 빌려준 교우들에게 본의아니게 피해를 주게 되어 송구스런 마음뿐입니다. 다행히 4~5곳의 거래처에 물건을 납품하고 받지 못한 외상대금이 많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 그 외상대금을 교우에게 대신 받으라고 할 수 있는지요.
<반포동에서 홍 레지나씨>
【답】어려운 상황에도 피해자들에게 일부라도 변제를 해주고자 하는 자매님의 성의와 따뜻한 마음이 무척 아름답습니다. 우리 민법은 바로 이런 경우를 「채권양도」라 하여 채무자 본인이 꼭 변제해야 할 채권 이외에는 원칙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양도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때 채권을 넘겨주는 사람을 「양도인」이라 하고 채권을 넘겨받는 사람을 「양수인」이라 하는데, 이 경우 자매님에게 사업자금을 빌려준 교우는 양수인, 자매님 남편에게 외상대금을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는 거래처의 사람들은 채무자라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자매님의 남편과 교우분이 채권의 양도양수 계약을 한 다음 채권의 양도사실을 채무자에게 통지하면(사전에 채무자가 승낙하는 경우도 동일합니다) 그때부터 양수인은 채무자에게 그 외상대금을 자신이 직접 받겠다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때 주의할 점은 통지는 반드시 양도인이 해야 하고, 확정일자가 있는 증서로 통지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확정일자가 있는 증서에 의하지 않으면 채무자 이외의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는 경우가 있고, 양수인이 통지를 하면 채권양도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게 됩니다.
또 양도인이 양도통지를 하는 경우 채무자는 통지를 받기 전까지 양도인과의 사이에서 생긴 채권의 소명 등의 사유를 모두 양수인에게 주장해 상계할 수 있으나 통지가 있은 후에는 양도인에 대해 반대채권을 취득해도 상계할 수 없습니다.
<인권위원회 이석범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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