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동강은 여러분 한분한분이 가슴에 품고 가시는 바로 그 느낌이 살려내고 있는 것입니다. 이해에 휘둘리지 않는 객관적인 위치에서 동강을 바라볼 때 하느님의 숨결을 느끼실 수 있는 것이지요』
댐 건설 여부를 놓고 정부와 민간 단체간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는 영월 동강을 환경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지닌 신자들이 찾았다.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본부장=김홍진 신부)가 날을 거듭 할수록 세간의 관심을 더하고 있는 환경문제의 현장을 직접 찾아보고 지원대책을 세우기 위해 마련한 이번 행사에는 10대부터 60대까지의 신자 30여명이 참석해 하느님의 창조질서 보존에 대한 깊은 교감을 나눴다.
동강에 지천으로 널려있는 비경은 6월 29~30일 1박2일 동안 동강 생태탐사에 나선 이들을 한순간에 동심의 세계로 돌려놓기에 충분했다. 원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김영진 신부)의 협조로 열린 이번 행사는 빡빡한 일정 속에 이워진 강행군임에도 불구하고 한시도 진지함에 흐트러질 줄 몰랐다.
평범한 동굴 사진작가로 동강에 취해 몇 년 전부터 동강 살리기에 온힘을 쏟아오고 있는 석동일(에밀리아노)씨는 탐사단 일행과 일정을 내내 함께 하며 댐 건설논리의 허구와 위험성을 낱낱이 지적했다.『동강 살리기는 단순히 혼자 보기 아까운 아름다운 자연을 지켜낸다는 의미를 떠나 새로운 천년을 맞는 우리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고 이를 확산시켜 나간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둘쨋날 새벽부터 동강의 원류인 두 물줄기가 만난다는 아우라지를 돌아보고 납운돌을 출발해 백룡동굴, 어라연 등을 거쳐 댐 건설 예정지에 이르는 장장 28㎞의 강줄기를 보트로 래프팅하며 돌아본 탐사단 일행은 하나같이 찬탄을 금하지 못하는 모습들. 이 가운데 보상금을 받겠노라고 발도 들여놓을 수 없을 정도로 촘촘히 나무를 심어놓은 동강 주변 주민들의 달라진 인심은 일행들에게 안쓰러운 마음을 품게 하기도 했다.
『선진국에서 댐 건설의 수십배가 드는 돈을 다시 들여 지어놓은 댐을 허물고 자연을 되살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개인주의 등으로 황폐해지는 인간을 되살리는 길이 자연에 있음을 뒤늦게 깨닫고 있는 것이지요』
동강의 비경을 이루고 있는 자갈톱 곳곳에서 불을 피워 고기를 굽는 사람들의 무리 속에서 생태관광, 새로운 패러다임을 고민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어떻게 제자리를 찾아갈 것인가. 동강과 아쉬운 작별을 나누는 신자들의 얼굴에서는 새로운 의지들이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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