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아는 ㄱ씨는 여고를 졸업한 만 19세의 은행원으로 같은 은행에 근무하는 ㄴ씨와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ㄱ씨의 아버지는 ㄴ씨가 비록 성실하고 똑똑하기는 하지만 종교가 집안의 종교와 다르다는 이유로 결혼을 허락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정당한 이유도 없이 부모가 이처럼 자식의 결혼에 동의해주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요.
<신림동에서 황율리안나>
【답】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부모의 동의가 없다 할지라도 혼인은 성립하며, 다만 동의를 얻지 않은 혼인은 취소할 수 있을 뿐입니다.
민법 제808조에는 「미성년자가 혼인할 때에는 부모의 동의를 얻어야 하며 부모중 일방이 동의권을 행사할 수 없는 때에는 다른 일방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부모 모두가 동의권을 행사할 수 없는 때에는 후견인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는 사고와 생활에 미숙한 미성년자가 경솔한 결혼을 하지 않도록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부모의 동의를 얻도록 규정한 것입니다.
오늘날 혼인동의권의 행사는 부모의 절대적인 자유라고 생각할 수 없으며 오히려 결혼에 있어 자녀가 미숙하고 경솔한 판단을 내리지 않도록 감독하여 미성년자의 복리를 보호한다는 의무적 성질을 띠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결혼이 결혼당사자에게 있어서 크게 불리하다거나 불행을 자초할 정도의 것이 아니라면 결혼에 동의해주는 방향으로 행사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부모의 결혼동의 거부가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에 심판을 청구하여, 부모가 결혼을 동의해주지 않은 것이 동의권 남용이라는 것을 입증하면 법원에서는 권리남용금지의 법리를 적용하는 법적인 절차를 밟을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그런 방법은 극단적인 예에 불과한 것이며,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두 남녀가 예의와 진정을 다하여 부모에게 간청하고 설득하여 동의를 얻어내는 것입니다.
만일 끝까지 동의를 얻을 수 없다면 1년만 참고 기다려 20세가 되고 나면 동의없이도 자유롭게 혼인할 수 있습니다.
<천주교 인권위원회 이석범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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