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인 비가 내리던 지난 8월 28일, 수원교구 안산대리구 안산성안나본당(주임 신성남 신부) 중·고등부 학생 12명이 버스에 올랐다.
그저 놀러나간다는 생각으로 철없이 따라나선 길. 버스가 멈춰선 곳은 4대강 보 공사 현장이다. 위험한 공사현장이라 먼발치에서 바라보기만 할뿐 가까이 다가갈 수 없다. 멀리서도 물길을 막고 강바닥을 헤집어 놓은 모양새가 낯설다. 콘크리트 기둥 몇 개만 덩그러니 서있다.
“심각해요.”
이포보 공사현장을 둘러보던 허승철(베드로·17)군이 말문을 열었다. 허군은 “원래 올 생각이 없었는데, 제 눈으로 직접 보고 싶어 함께하게 됐다”며 “생태계 파괴의 심각성을 이제 깨달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포보 공사 현장 위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는 활동가들이 내건 현수막이 비바람에 나부꼈다. 가까운 곳으로 눈을 돌리자 찬성·반대 현수막이 번갈아 눈에 들어왔다. 천 한 장인 현수막이지만 서로 달려들어 고함을 치는 것 같다. 누구를 위한 소리인가, 어느 쪽의 말이 옳은가. 갑자기 혼란스럽다. 하지만 이미 상황은 어른들의 이야기로만 치부할 수 없다.
민우상(요셉) 본당 청소년위원장은 “교회는 우리 아이들에게 신앙교육뿐만 아니라 인성교육을 해줘야할 책임이 있다”며 “오늘 이 탐방은 아이들이 학업에서 벗어나 자연 안에서 신앙을 체험하고, 또 신앙 안에서 옳고, 그른 것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기 위해 마련됐다”고 밝혔다.
민 위원장은 또 “무엇보다 하느님이 주신 우리 강산이 바로 내 주위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우리 아이들이 이번 탐방을 통해 한쪽에만 치우친 것이 아니라, 비난이 아닌 비판을 할 수 있는 성숙한 사람이 됐으면 한다”며 “스스로 장·단점을 파악하고, 판단력과 비판의식을 가지며, 일방적인 극과극의 찬성·반대가 아닌 자신만의 가치관을 가지길 바란다”이라고 말했다.
공사 전까지 4대강 지역은 자연 경관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곳이었다. 백로, 흰뺨검둥오리, 고라니 등 도심에선 볼 수 없는 희귀 동물들의 서식지였다. 모든 것이 한순간에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엄습했다. 불안은 언젠가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불현듯 성경 한 구절이 떠올랐다. ‘너희와 너희 후손이 살려면 생명을 선택해야 한다’(신명 30, 19)
준설공사가 한창인 여주보. 준설기계가 흙더미를 토해내고 있다. 이미 강바닥에서 퍼낸 흙이 산을 이뤘다. ‘이래도 괜찮을까?’ 지켜보는 아이들의 눈빛이 사뭇 진지해졌다.
강천보 공사현장은 차로 스쳐 지나갈 수밖에 없었다. 도로 위를 달리는 버스를 세울 곳이 없다. 선생님의 설명으로 대신하니 아쉬움이 크다.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주길…’ 마음만 두고 자리를 떠났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하룻밤 야영지인 단양군 남천계곡에 짐을 풀었다. 이곳에선 물길을 막지도, 물속을 파내지도 않는다. 콘크리트 기둥도 없다. 인위적인 손길이 닿지 않는 자연의 모습 그대로를 오감을 통해 마음속에 담았다.
아이들은 그 자연을 끝까지 지켜나가자는 마음을 모아 주변 청소 봉사활동을 실시했다. 하나하나 온 마음을 다해 쓰레기를 주웠다. 출발할 때와 마음가짐부터가 달랐다.
처음에는 4대강이 우리나라 어느 강 이름인줄 알았고, 4대 강이 각각 어느 강인지도 몰랐던 아이들이 자연의 소중함에 입을 모았다. 주님이 주신 대가 없는 은총, 자연을 재인식하게 됐다.
본당은 앞으로도 매번 방학시기를 이용, 때마다 이슈가 되고 있는 사회현상과 현장을 주제로 삼아 학생들이 직접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현장탐방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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