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나 다시 일어날 수 있어. 아버지, 어머니도 함께 기도해주고 계실 거야….”
28일 경기도 안양시의 한 아파트. 희귀난치병인 혈구탐식성 림프조직구증을 앓고 있는 황준(토마스)씨가 누나 황신영(소피아)씨의 손을 꼭 잡았다. 11년간 투병생활하고 있는 동생의 말에 황신영씨는 그만 참고 있던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하느님도 정말 무심하시네요. 저희 남매, 그동안 정말 열심히 살아왔는데….”
남매는 어렸을 때 고아가 됐다. 황준씨가 4살이었을 때 어머니가, 이듬해에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래도 남매는 늘 꿋꿋하게 살았다. 하늘나라에서 응원해 주실 부모님 생각에서였다. 어려운 형편에 대학은 가지 못했지만 취업해 돈도 착실히 모았다.
그러던 2000년 어느 날, 동생이 아프기 시작했다. 만성신부전증이었다. 이후 동생은 하루에 4번 복막투석을 하며 8년여간 신장이식을 기다렸다. 다행히 2008년 뇌사자의 신장을 이식해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다시 불행한 소식이 남매를 기다렸다. 지난해 10월, 황준씨는 혈구탐식성 림프조직구증 진단을 받았다. 골수 기증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번에는 누나 황신영씨가 나섰다. 동생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목숨까지 바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현재 동생 황준씨의 병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황씨는 가늘어진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혼자서는 걷지 못하는 상황. 하루에 복용하는 약만 고지열증 약, 스테로이드, 면역억제제 등 15개가 넘는다. 먹는 음식마다 다 토해내고 있다.
더 걱정인 것은 앞으로 지불해야 할 치료비. 건강보험처리가 되지 않는 각종 검사와 치료 등을 생각하면 한숨만 나온다. 그럼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은 아직도 세상에는 소외된 이들의 손을 잡아주는 이들이 많다는 믿음 때문이다.
“동생은 자신도 아프고 돈이 없으면서 TV에 불쌍한 사람이 나오면 수화기를 들고 전화를 합니다. 서로 도와야 그분이 나을 수 있다고 믿나봐요. 막막하지만 힘을 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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