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서 동남방으로 약 60리쯤 가면 카스텔간돌포라는 마을이 나온다. 이곳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매년 여름 2주 정도 휴가를 취하는 별장이다. 호수를 안고 있는 아름다운 성에는 매년 수천면의 순례객이 교황을 만나기 위해 방문한다.
방문객들이 성을 향할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성채의 테라스 맨 위층에 자리잡은 두 개의 돔이다. 이들은 이 돔들이 무엇인까 하고 의아해한다. 하지만 인근 베르니니 별장 숲 사이로 보이는 또 하나의 천문대를 발견하고 나서 순례객들은 그것이 현대적 천문대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것이 세간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200여년의 역사와 전통을 지닌 「바티칸 천문대」이다. 예수회 신부들이 천문학자로 우주를 관찰하고 그 안에 숨겨진 하느님의 손길을 더듬는 이 천문대는 실로 피조물을 통한 신앙과 과학의 만남이 이뤄지는 곳이다.
바티칸 천문대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바람의 탑」은 1576년 73m 높이로 로마 근교에 지어졌다. 1797년 이 곳에 관측 연구 장비가 설치됐고 정식으로 「바티칸 천문대」라는 문패가 붙은 것이 이에 앞선 1784년이다. 그후 1821년부터 약 70년 동안 침체됐다가 1888년 레오 13세 즉위 10주년을 맞은 기념행사를 계기로 다시 활성화되기 시작했고 교항 레오 13세는 1891년 3월 「바티칸 천문대 재건립과 개조에 관한 교령」을 발표해 재정 지원을 약속하고 바티칸 신천문대를 공식적으로 다시 발족한다.
1935년에는 최고급 망원경과 분광연구실험실을 갖춰 카스텔간돌포에서 새로운 모습의 바티칸 천문대가 개관식을 가졋다. 이때부터 교황 비오 11세는 천문대 연구진의 구성을 예수회에 전적으로 위임했다.
1980년대 바티칸 천문대는 도시의 야광이 카스텔간돌포에까지 침입해 천체관측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미국 서부 알조나주 투손에 분소를 설치했다. 이곳은 기상조건이 천문 관측에 최적인 지역이다.
이로써 바티칸 천문대는 카스텔간돌포와 투손 두 지역에서 천문 관측에 나서게 됐다. 80년대 후반부터 바티칸 천문대의 활동은 이전과 크게 다르다.
과거에는 전적으로 관측에 치우친 것이었으나 최근에는 이론적인 연구가 눈에 띄게 활성화됐다. 연구 대상도 이전에는 우리 은하 내부의 천체에 국한됐으나 외계 은하로 시야가 넓어졌으며 우주론 관련 이론적 연구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최근에는 천문 관측과 이론 못지 않게 역사와 과학 문화 일반에 관한 제 연구도 수행한다. 예컨데 갈릴레오 문제, 마태오리치 연구, 클라비우스와 벨라민 등은 역사 관련 연구이고 과학·철학·종교의 관계, 우주론에서의 철학적 문제 등은 과학 문화 일반에 관한 연구이다.
이와 관련한 학술회의를 여러 차례 개최한 바 있는데 거기에는 갈릴레오 사건-신앙과 과학의 만남, 우주론에서의 관측과 이론의 한계, 뉴턴 그리고 과학의 새로운 방향, 물리학 철학 그리고 신학 - 이해를 위한 공동의 노력, 우주에서의 거시적 운동 등을 주제로 삼아 광범위한 연구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1986년부터는 2년 주기로 여름학교를 정기적으로 열어 세계 각국에서 젊은 대학원생을 선발해 교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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