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성인 공경의 역사
교회 역사 초기에 신자들의 공경을 받았던 인물들은 주로 사도들과 순교자들이었다. 순교자들에 대해서는 주교가 진정한 순교자인지 그 여부를 판정한 다음 순교자들이 순교한 날을 탄생일(natalis)이라 부르며 축일로 경축하였다. 교구 상호간에 순교자들의 명단을 교환했고, 마침내 교황의 승인이나 묵인 아래 교회 전체가 순교자들을 공경하게 되면서 순교록(martyrologium)이 정리되었다.
313년 밀라노 칙령에 의해 박해가 종결되면서, 교회는 순교자들 외에도 영웅적 덕행을 실천한 분들도 성인으로 공경하기 시작했는데, 여기에는 신앙의 증거자, 교리의 탁월한 수호자(교회 박사), 사도적 열성과 자선 및 복음 정신이 뛰어난 자, 참회와 엄격성으로 신자로서 모범적인 삶을 영위한 자 등이 해당된다.
2. 시복 시성 절차의 변천
6~10세기에 성인으로 숭배되는 자가 크게 늘어나자 처음에는 지방 주교가, 후에는 교황이 최고의 권위를 가지고 이를 인가하는 관습이 생겼다.
기록에 남아 있는, 최초로 교황이 인가한 성인은 요한 15세에 의해 시성된 성 울리크 주교이다.
3. 「시성 절차법」에 의한 순교자 시복·시성 절차
1) 시복·시성 안건에 대한 예비심사 추진
2) 시복·시성 청원인 임명
3) 청원인의 임무
4) 청원서(supplex libellus)의 제출
5) 예비 심사(inquisitio) 착수
6) 주교회의 자문
7) 관할 주교의 예비심사 공포 또는 청원서 기각
8) 전문가들에 의한 문서 검열과 보고서
9) 검찰관(promotor iustitiae)의 심사와 조서 검열
10) 주장되는 기적(miraculum assertum)에 대한 심사
11) 현장 검증
12) 기도와 경배 금지
13) 조서와 고 사본 작성과 보존
14) 예비 심사 조서를 시성성에 송부
4. 신유박해 순교자 시복·시성을 위한 노력
현재의 「시성 절차법」에 따르면 한국 천주교회는 신유박해 순교자들에 대한 시복 절차를 해당 교구장의 주도 아래 교구별로 진행할 수가 있다.
그런데 한국의 상황에서는 교구별로 이 작업을 추진하면서 나타나고 있는 「교구장에 중복되는 시복·시성 청원자」에 대한 문제 등 여러 면에서 조정이 필요한 현실이다. 그리하여 한국 천주교회에서는 1999년 2월에 시복·시성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시복·시성을 위한 자료 수집과 조사 등 연구 작업은 최종 단계까지 각 교구에서 자체적으로 수행하되, 최종적으로 교황청에 시복·시성을 청원하는 절차는 주교회의 사무처에서 통합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것으로 모든 준비 작업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해당 교구장이 시복·시성 안건에 대한 예비 심사를 추진한다고 공적으로 선포하면서 동시에 시복·시성 청원인을 임명해야만 비로소 시복·시성 작업이 교회법 절차에 따라 공식적으로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현재 대구대교구를 제외하고는 어떤 지역에서도 시복·시성을 위한 절차가 시작된 곳은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신유박해 200주년을 맞이하여 신유박해 순교자들에 대한 시복·시성을 이루자고 외치기만 할 것이 아니라, 현행 「시성 절차법」이 밝히고 있는 것처럼, 교황청의 시성성이 아니라 해당 교구에 의해 시복·시성 절차가 시작되어야 하므로, 이제는 우리가 어떠한 절차를 밟아서 시복·시성 작업을 추진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이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신유박해 순교자들에 대한 시복·시성을 위해 우선적으로 해야할 것은 「시성 절차법」의 규정에 따라 시복·시성 안건에 대한 예비 심사를 시작한다고 주교회의 차원에서 선포가 이루어져야 하고, 각 교구 청원 담당자들은 공식적으로 임명함으로써 시성성의 인정 아래 시복·시성 작업을 시작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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