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은반지 사자』『쓸데없이 그런걸 왜사?』
『사자~ 좋잖아 너랑 나랑 서로꺼 사주자 응?』『글쎄…』
이런 얘길한 지 며칠 후 건대입구 앞 어느 악세사리점에서 『이 은반지가 제일 이쁘다…』라며 친구는 말했다. 이로 인해 한동안 뾰루퉁해 있었던 나는 풀어졋다. 늘 그랬지만….
애들처럼 남자친구와 함께 산 건 아니지만 우린 자랑스럽게 은반지를 끼고 다녔다.
다른 너무 떳떳하게 끼고 다녔기 때문이었는지, 은반지를 본 선생님듣 웃기만 할 뿐 빼라는 말은 없었다.
그래서 은반지는 우리 손가락 사이에서 빨리 익숙해졌고 은반지가 익숙해질 무렵 친구는 병원에 입원했다. 일주일이면 돌아온다는 선생님의 말을 듣고 참았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친구는 오지않고 문병을 가도 이제 곧 퇴원한다는 말 뿐이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더 지나 친구의 병명을 짐작하게 되었고 더불어 퇴원할 수 없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친구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모르는 듯 행동하는 것 뿐이었다. 친구는 자신이 어떤 상황인지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내가 갈 때마다 평소와 다름없이 행동하려 애썼다. 그렇게 며칠 후 친구는 조금씩 좋아졌다.
이젠 퇴원을 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것도 며칠. 친구는 시간이 지나자 더욱 악화되었고 나중엔 나 조차도 알아 보지 못했다.
그리고 그날 반지를 산 이후 처름으로 은반지를 뺐다. 나 나름대로 마음의 준비를 하기 위해서….
지금은 두개의 은반지를 가지고 있다. 친구의 장례식을 마치고 물건 정리를 도우러 친구집에 갔던날, 『이거 윤경이랑 산거지』라고 물으시며 내 앞으로 내밀어진 반지의 상자….
그 상자 속엔 은반지와 많은 쪽지, 낙서했던 종이들, 간간이 실뜨기 했던 실, 우리가 함께했던 모든 것이 있었다.
친구가 생각날때마다 은반지를 껴본다.
한동안 허전하기만 하던 손가락이 이젠 어색해 보인다.
친구가 꼼꼼히 모아둔 종이와 물건들을 하나씩 꺼내 보면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어디선가 웃고 있을 친구의 모습이 눈에 선하지만, 이제는 윤경이를 볼 수가 없다.
청소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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