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를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식지 않는 음식에 대한 열정으로 요리책은 물론이고 음식과 함께 해온 인생을 다은 에세이집을 낸 이가 있다면 그가 만든 음식만 떠올려도 입에 침이 괴지 않을까. 이미 이름난 손맛으로 서울은 물론이고 멀리 미국과 중국에서도 성가를 높이고 있는 개성식 한정식집 「용수산」회장 최상옥(루시아·72·서울 가회동본당) 할머니가 그 주인공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깊어가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어려서 먹고 자란 음식에 담아보고자 개성 팔경 중 개성 남쪽에 자리한 산 이름을 상호로 따 시작한 것이 「용수산(龍水山)」이다.
개성 양반가의 정갈한 상차림과 구수하고 때묻지 않은 최할머니의 음식맛은 이제는 사라져 버렸을 듯한 개성 사람들의 손맛을 그대로 살려내고 있다. 무와 숙주나물을 기본으로 미나리 곶감이 어우러져 입맛을 돋구는 개성채나물. 조선에 떼죽음 당한 고려 충신들을 기려 칼을 가는 심정으로 태조 이성계에 대한 울분을 달래며 빚었다는 대성 조랑떡국, 더부룩한 속을 채우는 데 더할 나위 없다고 소문이 난 조개탕, 메밀로 피를 빚어 만든 메밀만두 등은 「용수산」의 상징이 되다시피 했다. 메기 뱀장어 등 민물고기가 묘한 손맛과 어워진 개성천렵국과 개성식 닭도리탕이랄 수 있는 새우젓닭볶음도 여름에 잃기 쉬운 입맛을 살려낸다.
20년전 문을 연 삼청동점을 비롯해 원서동, 청담동, 석촌호수 등 서울시내 4곳과 지난해 문을 연 미국 LA점 등 6곳에 「용수산」을 거르니고 있는 최할머니의 성공에는 한국의 맛을 세계에 자랑하고픈 은근한 자부심도 한목했다. 한식에 서양식의 코스 요리를 도입해 맛깔스런 음식을 다양하게 즐기게 해 외국인들도 즐겨 찾게 한 것도 「용수산」의 비결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용수산」을 대표적인 개성 음식점이게 하는 것은 최할머니의 세심함이다. 6곳의 분점을 연락도 없이 갑자기 방문해 그날 그날의 음식맛을 보며 호통치기도 하면서 조리법은 물론 음식재료 하나하나까지 챙기는 최할머니의 꼼꼼함. 그리고 자신의 음식과 함께 한 삶을 「용수산 최상옥 할머니의 개성식 손맛」이라는 책에 담아 개성음식의 맥을 이어가려는 고집이 오늘의 「용수산」을 있게 하고 있다.
※문의=삼청동 용수산 02)732-3019 739-5599 청담동 546-0647~8 원서동 744-5599, 743-5999 석촌호수 425-4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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