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제 갓 스물을 넘은 여대생입니다 학교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면 성당친구의 대화와 다른 것을 많이 느낍니다. 특히 성문제와 관련해서 교회 가르침들이 신자가 아닌 친구들과의 대화에서는 도무지 설득력이 없는 듯해서 자주 혼란을 느끼게 됩니다. 예컨대 혼전 순결 문제에서도 친구들은 「서로 사랑한다면 얼마든지 성 관계가 가능한 것이 아니냐」는 입장입니다. 저 역시 자신이 자기 행동의 책임을 지고 진지한 사랑의 자세를 가진다면 괜찮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성당에서 만나는 다른 친구들도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물론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만 때로는 너무 혼란스럽습니다.
【답】윤리 도덕에 있어서 현대 사회의 두드러진 특징은 개인의 자유가 강조되는 대신, 사회적 도덕적 가치와 규범 등이 개인의 자유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유교 사회에서 요구되었던 전통 규범들은 일반적으로 무엇을 금지하는 부정적인 면이 강하였기 때문에 한국 사회에서는 전통 윤리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경향이 더 강한 듯합니다.
더구나 서구의 자유화가 개인주의적인 성향의 개방된 윤리가 도입되면서 젊은이들 안에서의 성 의식도 전통윤리에 대한 거부감과 함께 급속히 개방되어 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회의 윤리, 도덕적 가치는 그 사회 구성원의 의식 정도와 그 민족의 역사적인 배경에 따라 그 평가가 달라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똑같은 행동에 대해 아시아와 유럽에서 내리는 평가가 다르고, 같은 아시아에서도 한국과 일본과 중국에서 내리는 평가가 다릅니다. 특히 성 개방에 있어서 유럽은 무척 자유롭고 개방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러한 자유성을 보완하기 위한 사회적이고 법적인 장치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면 단순히 자유로운 행동만을 모방하게 되기 쉽습니다. 유럽학생들은 일찍부터 동거를 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개인들간에 이루어지는 무분별하거나 비밀스런 관계가 아니라 부모와 가족, 친구들에게 소개를 하고 인정받는 정당하고 공적인 관계이며, 이에 대해 그 사회가 요구하는 또 다른 질서가 존재하고 이러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인간 존재와 개인의 책임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우선 이러한 개방된 성 의식을 수용할 수 있을만큼 성교육을 넘어선 남성과 여성의 존재 의식에 관한 교육이 이루어져 있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성에 대한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우선 나 자신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모든 이가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책임질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남성과 여성이 서로응 동등한 존재로서 인정하고 바라보면서, 「그냥 좋으니까」라는 감정적인 사랑이 아니라,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고, 참다운 사랑의 의미를 키워나가는 인격적인 만남에 대해 강조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지고 진지한 사랑의 자세를 가지고 생활한다면 얼마든지 성 관계가 가능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대를 존중하고, 서로의 관계를 성숙시키기 위해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절제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자기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것이며, 「서로 사랑한다」는 그 가치의 기준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 것부터 올바로 판단할 수 있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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