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표에서 보듯이 2, 4b부터는 야훼계의 기록이다. 오늘 공부하는 대목에 내용상 단락을 지어서 제목을 붙였지만 성서 저자의 의도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2, 4b부터 3장까지를 통으로 읽어야 한다.
성서 저자는 이 세상에 만연해 있는 죄와 불행과 인간 누구나 싫어하는 고통과 죽음은 어디서 온 것일까를 설명할 필요를 느꼈다. 동방신화에서는 이 세상의 기원을 선신과 악신의 싸움으로 보았고 선과 악의 기원도 역시 선신과 악신에서 유래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야훼계 성서 저자는 이스라엘 신앙에 입각해 새로운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이 세상을 하느님이 만드셨지만 이 세상안에 있는 죄악과 고통과 불행, 죽음 등은 하느님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고 피조물인 인간 자신의 죄로 말미암아 생긴 것이라는 것을 밝힌다.
2장에 기술되어 있는 에덴동산은 금과 은이 나는 땅, 향료와 홍옥수 같은 보석이 나는 땅이다. 이렇게 에덴동산의 아름다움과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구원세계, 그러니까 죄를 짓기 이전의 세상과 죄를 짓고 난 후의 비참한 세상을 두드러지게 부각시키기 위함이었다. 또한 에덴동산 한가운데 있는 생명나무와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열매를 배치해놓음으로써 범죄의 전조를 알리고 있다.
또한 1장의 제관계의 인간창조와는 달리 야훼계는 인간을 진흙으로 빚어 만들었다고 하므로써 인간존재의 비참성을 처음부터 말하고 싶어진다. 그런데 범죄 장면에 들어가 보니 맨처음 뱀이 등장하고 있다. 고대 근동지방에는 뱀을 숭상하는 종교가 많았다. 이렇게 뱀을 신처럼 떠받드는 이교도들의 우상숭배에 둘러싸인 이르사엘 민족이 거기에 대항해서, 그러니까 이교도들이 보이는 신을 숭배하는데 비해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섬기는 자기네 신앙을 고수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우지 않으면 안되었다.
야휘스트 성서저자는 이교도들이 숭배하는 뱀을 저주스런 원수로 묘사함으로써 눈에 보이는 신에게 이끌리는 유혹에서 막아주고자 하였다. 사실 뱀을 풍산신으로 숭상하던 가나안 민족은 끊임없이 이스라엘을 유혹했다. 그러나 뱀이 바로 인간에게 불행을 가져오게 한 첫 유혹자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스라엘 민족이 겪었던 그 유혹은 사실상 지금 이 시대에 살고 있는 신앙인들에게도 커다란 유혹거리로 접근해 온다.
뉴 에이지(New Age)라는 세계적인 물결이 한국에도 많이 전파되었다. 뉴 에이지는 그리스도교의 본거지인 유럽에서 반그리스도교운동으로 태동하여 현재는 미국에 정착하였다. 정치 경제 예술 문화 등 모든 분야에 침투하여 그리스도교적인 요소들을 거부하고 도전하는 이 운동의 핵심사상은 『인간이 신이 될 수 있다』라는 것을 주장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뱀을 영원한 지례의 상징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 첫 범죄의 유혹자 뱀이 하는 말 : 『절대로 죽지 않는다. 그 열매를 까먹기만 하면 너희의 눈이 밝아져서 하느님처럼 선과 악을 알게 될 것이다』(3, 5).
- 뉴 에이지의 사상 : 인간이 모든 것을 알게 되고 신적인 지식을 갖게 되며 아침내 인간이 영적인 존재가 된다.
얼마전에 라즈니쉬(뉴 에이지운동의 영적 지도자)의 「배꼽」이란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랐었다. 그 책에는 이런 표현이 있다. 「아담은 죄를 짓고 에덴동상에서 쫓겨난 것이 아니라 제발로 걸어나온 것이다』
이 말은 하느님을 무시하고 완전 독립을 선언하는 표현이다. 하느님이 만든 그런 에덴동산이 하나도 아쉽지 않다는 것이다. 하느님 이상 가는 존재가 될 수 있고 이미 이 지상에서 영생영복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최초의 범죄의 유혹자는 아직도 인간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하느님을 필요없게 만드는 매력적인 유혹들은 우리가 손을 뻗치기만 하면 딸 수 있는 사과처럼 달려 있다.
인간은 하느님의 피조물이며 진흙으로 빚어진 비참하고 약한 본성, 그 안에 하느님의 어이 담겨 있기에 귀한 존재가 되었는데 다시금 원조 아당과 하와처럼 하느님을 거부하여 죄와 불행을 자초하지는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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