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교회가 어떤 모습을 보일 때에 사람들에게 희망과 기쁨을 줄 수 있을까에 대하여 늘 많은 생각을 한다. 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교회론이 필요함을 절감한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제시한 교회론, 요한 바오로 2세께서 삼천년대를 맞이하며 제시한 친교의 원천이고 친교의 학교가 되어야 하는 교회론이 실현되어야 한다.
특별히 우리 신앙의 핵심인 죽음을 통한 부활의 삶을 증거하는 부활의 삶을 살고, 부활의 문화를 건설하는 교회 공동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를 ‘집단적인 어두움’(notte collettive) 또는 ‘문화적인 어두움’(notte culturale)으로 표현하고 있다. 많은 사건들이 조직적이고 체계적이며 규모도 국제적이다. 전쟁과 테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지역, 세대 간의 단절과 분리가 매우 크다. 물질만능과 쾌락주의, 인터넷을 통한 조직적이고 전문적이며 이기적인 방법으로 인간과 생명을 거스르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분명 깊은 어둠의 밤을 지나고 있고, 문화적인 어둠을 지나고 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실 때에 구세주이신 예수님께서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마태 27, 46)라고 울부짖으셨다.
이제 모든 것은 끝이 나고 죽음이 생명을, 어둠이 빛을, 미움이 사랑을 이기는 것처럼 보였다. 성경은 “낮 열두 시부터 어둠이 온 땅에 덮여 오후 세 시까지 계속되었다”(마태 27, 45)고 기록하고 있다. 세상이 어둠으로 가득하여 어떤 희망도 없어 보였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셨다. 예수께서 승리하셨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아무리 어둡다 하여도 우리는 부활하신 예수님과 함께 승리할 수 있다. 밤이 깊을수록 새벽이 가까워 온다. 우리는 부활의 삶을 살면서 부활의 문화가 우리 교회 공동체 안에 가득하도록 하여야 한다. 그리스도인은 사람이 되시고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의 삶을 구체적인 일상의 삶으로 증거하여 부활의 문화를 건설해야 한다.
부활의 문화는 예수께서 죽으시고 부활하신 파스카의 신비를 살 때에만 가능하다. 특별히 복음 말씀을 생활화할 때에 이루어진다. 만나는 이웃을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주고 또 주고, 참고 또 참고, 끝까지 나 자신이 죽는 삶을 통하여 사랑의 문화, 부활의 문화를 건설할 수 있다.
특별히 지구가 한 마을처럼 된 글로벌시대라고 부르는 이 시대는 많은 일들이 서로 깊은 관계 속에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 교회 공동체가 부활의 문화가 가져다주는 “친교의 원천이 되고 친교의 학교”가 될 때에 우리는 하느님의 뜻에 가장 합당한 모습으로 존재할 것이다.
요즈음 사회가 혼란스럽고, 세상 곳곳에서 예상하지 못하였던 많은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교회 안에서도 많은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다. 특별히 긍정적인 일보다는 부정적인 일들이 더 많다. 이런 사건들 앞에서 제가 하느님께 끊임없이 묻고 있다.
“하느님, 당신은 아버지시고 사랑이시며 전능하시고 우리들의 머리카락 수까지도 세어 놓으셨다. 그런데 이런 부정적인 사건들을 허락하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인류가 어쩌기를 바라시고, 교회가 어떻게 해야 하며, 제가 취해야 할 자세가 무엇입니까?”
즉시 대답을 알아듣지는 못하여도, 마음을 다하고 생각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하느님의 뜻을, 복음의 논리를 바탕으로 제가 해야 할 일을 사랑하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하느님이 사랑이심을 굳게 믿는다. 또한 제 역할을 올바로 하고 있는지, 특별히 역사 앞에 두렵고 떨리는 마음이다. 나라와 교회 안에서 큰 책임을 지고 있었기에, 역사적인 평가가 두렵다. 하여튼 하느님이 사랑이심을 굳게 믿으면 어떤 성황이 주어져도 균형 잡힌 자세를 지닐 수 있음을 보고, 하느님의 뜻을 더 깊게 알아듣는 은혜로운 계기가 되고 있다.
오늘의 교회가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할까?
예수님과 복음은 받아들이지만 많은 이들이 교회를 받아들이는 데는 어려움을 표현하며 교회를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한다. 교회가 부활하신 예수님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에 많은 쉬는 신자가 생겨서 교회를 떠나고 있다.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바로 친교의 사람, 관계의 사람임을 늘 명심하면서 우리의 소통을 통하여 사회를 변화시키는 빛, 소금, 누룩의 역할을 해야 하는 소명을 받았음을 늘 기억해야 한다.
새로운 부활의 문화를 건설해야 한다. 부활의 문화는 예수께서 죽으시고 부활하신 파스카의 신비를 살 때에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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