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에서 본당으로 승격되는 날 학생회장 신분으로 새 신부님을 모시러 모본당으로 찾아갔었던 그때가 어제 같은데 본당설립 40주년 행사를 준비하고 수행하느라 몸과 마음이 바쁜 것을 보니 더 헤아릴것도 없이 4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는것을 새삼 깨닫게 합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상당기간 본당 사목 봉사자로 사목활동에 참여해 오면서 그리스도적 삶을 바탕으로 한 교회 안의 활동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갈등과 논쟁 뒤 이어 이어지는 비난과 질책 등이 횡횡했던 결코 신앙인답지 못한 부끄러운 시간의 연속이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특별한 행사를 치르고 난뒤 꼭 몇 사람은 얼굴보기가 힘들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또한 임기 중 아주 열심히 활동하던 봉사자가 임기가 끝나는 그 순간부터 교회 안에서 그 어떤 역할도 다시는 쳐다보려 하지 않는 풍조가 우리 안에 고질적 병폐처럼 존재함을 공감들 하시는지요?
갓 세례를 받은 신자들의 거침없는 활동을 먼발치에서 흘겨보면서 저때에는 저렇게 하는 것이라고 고참같은 여유있는 표정으로 그들을 지켜보던 무책임한 태도는 어땠을까요? 한참 시간이 흐른 뒤 열심이었던 그들의 입에서 탄식의 소리가 나올 쯤, 잘하고 있으니 짐 하나 더 지라는 정겨운 배려(?)로 더 무거워진 짐 때문에 지친 나머지 교회 안에서 더 이상 그들을 보기 힘든 상황으로 내모는데 일조를 하지는 않았을까요? 그렇게 권해도 본인 자신은 막무가내 머리를 흔들며 거부했던 본당 직책을 자기 대신 맡아 고분분투했던 봉사직 수행자들의 활동결과를 놓고 이러쿵 저러쿵 입방아에 올린 것은 어쩔건가요? 교회의 가르침과는 다른 일반 사회집단의 조직에서 벌어지는 행태와 조금도 다를바 없는 우리들의 이 같은 모습에서 얼마나 많은 신자들이 실망하며 발길을 달리했을까 생각하니 그 한가운데쯤 서있는 제 자신이 온통 죄스러운 심정으로 가득합니다.
하지만 또다시 모여 행사를 추진하고 논란이 된 과제들을 풀어가다 보면 어느새 상대방을 설득하려 아귀다툼을 하고 있는 우리 자신들을 발견하게 되겠지요. 공동체 활동과정 중에 알게 모르게 주고받는 마음의 상처는 우리 주변에서 앞으로도 계속 서로를 위협할 것입니다. 상처는 주는 사람도 모르게 받는 사람이 생기기도 한답니다. 물론 그 위치가 가끔 바뀔때도 있겠지만, 여기에는 너무나 단순한 창과 방패의 관계가 성립하는 것 같습니다. 상처 주는 사람의 창이 아무리 날카롭다 한들 받는 사람의 방패가 더 두껍다면 그 상처의 후유증은 당연히 이겨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충격을 좀더 작은 것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자신의 방패를 두텁게 하는 지혜를 발휘하여 믿음 강한 신앙인으로 거듭나야 되겠습니다.
그저 흘러 지나가는 풍문의 세파에도 신앙의 뿌리까지 흔들리는 얕은 믿음을 진심으로 걱정하면서 말입니다. 본당의 나이는 벌써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마흔, 불혹이라는데 우리공동체 신앙의 나이는 과연 몇 살쯤일까 궁금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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