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작년에 회사를 입사했는데 유부남인 직장상사가 교제를 하자고 자꾸 쫓아다녀 견디지 못하고 사표를 내고 말았습니다. 직장상사나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봉천동 김세레나>
【답】여성의 지위가 높아지면서 여성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이전에는 호의의 표현이라는 미명하에 묵인됐던 성희롱을 불법행위로 인식하게 된 점입니다.
성희롱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법률로는 남녀고용평등법이 있습니다. 그런데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의 2는 사업주는 직장내 성희롱을 예방하고 근로자가 안전한 근로환경에서 일 할 수 있는 여건조성을 위해 직장내 성희롱의 예방을 위한 교육의 실시, 직장내 성희롱 가해자에 대한 부서전환 징계 등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는 규정만을 두고 있으며 가해자를 처벌하는 규정은 없습니다. 이는 성희롱을 할 수 있는 행위가 다양하고 개념이 포괄적인데다가, 같은 행동의 경우에도 피해자에 따라 성적인 언동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고 호의의 표현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어 이를 형사처벌하기 어려운 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성희롱의 가해자를 형사고소할 수는 없고, 직장내 성희롱의 경우 사업주가 가해자에게 부서를 옮기게 하거나 징계를 할 수 있을 뿐입니다. 또 성희롱의 피해자가 성적인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이익한 처분을 받거나, 직장에 계속 다니기 어려운 형편이 돼 직장을 그만 둔 경우에는 그로 인한 피해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질문과 같이 직장상사가 교제를 하자며 성적인 언동을 하여 계속 근무하는 것이 돈란해 직장을 그만 둘 수 밖에 없었다면 다니던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러나 직장상사의 구체적인 언동이 과연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그로 인해 사직하는 것이 필연적이었는지 여부가 소송과정에서 보다 면밀하게 검토돼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남녀고용평등법에서는 사업주가 성희롱의 가해자를 다른 부서에 배치하거나 징계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피해자로서는 우선 사업주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리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철할 수도 있는데, 이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그냥 회사를 그만두었다면 이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피해자가 회사에 필요한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청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회사를 그만둔 경우라면 회사와 직장상사 모두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됩니다.
<천주교 인권위 이유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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