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신도들이 하느님을 따르는 삶을 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재교육”이라고 강조한 구즈만 교수는 “믿음은 다른 이들과 나눌 때 더욱 강해집니다. 모든 이들이 하느님께 사랑받는 존재임을, 모든 이들의 본향이 하늘나라임을 널리 알리는 것이 우리의 몫입니다”라고 말했다.
“무엇에 대해 예스라고 하나요?”
“무엇이냐고 묻지 말고 무조건 예스라고 해줘요.”
“하느님께 봉헌하는 일이라면 예스라고 하지요.”
결혼한 지 한 달을 갓 넘긴 구즈만 카리퀴리 르쿠르(Guzman Carriquiry Lecour·66) 교수는 아내의 대답을 듣자마자 고향에서의 모든 일을 접고 곧바로 교황청으로 갔다. 그는 “남미에서도 가톨릭신자 수가 가장 적었던 우루과이에 살던 젊은이에게 교황청에서 일하지 않겠느냐는 제안이 온 것은 마치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고 회고한다. 우루과이를 잠시 방문했던 교황청 홍보대사가 구즈만 교수의 교구 주교에게 제안한 덕분이었다.
1972년 교황청에 첫발을 내디딘 구즈만 교수는 38년째 교황청 평신도 평의회에서 일하고 있다. 바오로 6세부터 요한 바오로 1세와 2세, 베네딕토 16세까지 4명의 교황을 보필해왔다.
그리고 1984년, 그는 평신도로서는 최초로 교황이 직접 임명하는 평의회 차관보에 임명됐다. 이 평의회는 평신도들의 사도직을 증진하고 후원하며, 신자 생활 전반에 관한 사목활동을 관할하는 교황청 기관이다.
현재 평의회 활동뿐 아니라 여러 대학에서의 강의 등을 통해 평신도 사도직 실현에 앞장서고 있다. 저술 활동도 가톨릭 평신도와 운동단체, 남미교회 문제와 정치 등 다양한 주제에서 펼쳐왔다.
이번호 가톨릭인터뷰에서는 아시아 가톨릭 평신도대회 참가 차 방한한 구즈만 교수를 만나 세계 곳곳에서 복음을 나누는 평신도 사도직 활동 등에 대해 들어봤다.
“교황청에서 일한다는 것은 단순히 직업이 아니라, 제 인생 전체를 내던지게 만드는 매력적인 일이었습니다. 교회의 중심에서 일하는 덕분에 가톨릭적인 즉 보편적인 시각을 한껏 함양하는 은총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지요.” 구즈만 교수는 무엇보다 평신도 사도직 공동체들의 태동과 성장을 곁에서 지켜보고 도움으로써 가슴 떨리는 감격과 아름다움을 느껴왔다고 전한다.
“평의회에서 일하면서 저는 세례 받은 신자들의 자긍심이 커져가고 복음화를 향한 각자의 사도직을 세계 곳곳에서 펼치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네오까떼꾸메나또가 설립, 성장해나가는 모습, 수십만 명의 젊은이들이 세계청년대회에 모여드는 모습, 특히 동유럽 교회 신자들이 신앙의 자유를 찾은 모습을 바로 곁에서 체험하면서 성령의 활동을 자각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구즈만 교수는 “베네딕토 16세 교황께서 추기경이었던 시절, 그는 평신도 사도직 단체들과 운동들이 새롭게 태어나는 것은 하느님의 선물”이며 “이 선물들은 주교가 시켜서 혹은 사목연구소에서 연구해서 나온 것이 아니라, 바로 평신도들이 세상 안에서 살아가는 생명력과 성령의 이끄심을 바탕으로 생겨났음을 강조하셨다”고 전했다. 역동적인 공동체와 운동 안에서 신자들은 그리스도인으로서 더욱 자신감을 갖춰왔다는 설명이다.
구즈만 교수는 또한 평신도들이 하느님을 따르는 삶을 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재교육이라고 강조한다.
“교회와 사회 어느 곳에서든 평신도들이 참여하고 있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우리들은 세상 모든 곳에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리스도인으로서 올바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합니다. 그리스도교 신자로서 세례를 받아 씨앗을 품지만, 물과 양분을 주지 않았을 때는 자라지 못하고 말라버리니까요.”
그는 성인 신자들의 세례성사가 늘어나는 것에도 주목한다.
“성인 세례자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보다 역동적인 복음화의 진행 과정을 드러내는 것과 같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교회는 아시아교회뿐 아니라 보편교회의 큰 희망입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서구 교회가 점점 비그리스도화 되어가는 것을 보면서, 2020년 복음화율 20%를 이루고자 매진하는 한국교회의 모습은 보편교회에도 큰 자극제가 된다는 평도 강조했다.
구즈만 교수는 “개인적으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 항상 한국교회를 기억하고 칭찬을 아끼지 않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며 “한국은 하느님의 큰 은총을 받은 교회이며, 한국 신자들은 그 은총에 어떻게 응답해야 할지 스스로 알고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그는 한국교회가 한국사회에서 더욱 뿌리를 내리는 한편 ‘만민선교’의 힘을 갖춘 교회로 탄탄히 성장해나가길 기대하는 바람을 밝혔다.
“아시아 곳곳은 물론 아프리카와 유럽, 남미에까지 한국인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이 선교사로 나아가 활동하는 모습을 자주 보아왔습니다. 앞으로 한국 내 복음화가 더욱 진행되면 세상 곳곳에서 한국인 평신도 선교사들을 더욱 많이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아울러 구즈만 교수는 “선교사가 아니더라도 한국 신자들은 다양한 직업과 혹은 여행, 성지순례 등을 통해서도 하느님을 모르는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는 만민선교에 참여할 수 있다”며 “초기교회에서도 처음에는 사도들을 통해 복음이 선포됐지만, 곧이어 평범한 상인들과 순례객 등이 복음 전파의 구심점이 됐었다”고 밝혔다.
“믿음은 다른 이들과 나눌 때 더욱 강해집니다. 단순히 재정적·인적 자원을 타교회와 나누는 것 뿐 아니라 모든 이들이 하느님께 사랑받는 존재임을, 모든 이들의 본향이 하늘나라임을 널리 알리는 것이 우리의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