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고등학교 2학년 학생입니다. 한 때 기승을 부렸던 시한부 종말론이 올해 들면서 다시 유행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주위에서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고 친구들과 종말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보니 저도 모르게 괜히 불안한 느낌이 즐기 시작했습니다. 종말론자들이 말하듯이 언제 정확하게 종말이 온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마음이 안정되지 않아 공부도 잘 되지 않습니다.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할까요?
【답】그리스도교에서 이야기하는 종말은 대체로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됩니다. 하나는 우리가 매주일 고백하는 사도신경처럼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들은 종말, 예수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실 것을 간절히 바라고 기다리면서 세례자 요한처럼 다시 오실 주님을 합당하게 맞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와 같이 심판을 준비하는 신앙인의 태도에 대해 예수께서도 「열 처녀의 비유」(마태 25,1~13)에서 말씀하셨습니다.
다른 하나는 그리스도교에서 말하는 종말은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세상 만물의 완성이 주님의 재림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며, 이것은 믿는 이들에게는 구원과 완성이지만 믿지 않는 이들에게는 심판과 파멸이라고 하는 것입니다.(묵시록 21,1~8). 그러므로 그리스도인들은 희망을 가지고 졸말, 즉 주님을 오심을 기다려야 하며, 완전한 사랑을 통해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요한1서 4,17~18) 노력하면서 자신을 가지고 심판날을 맞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한국 사회에서 떠돌고 있는 종말론은 그리스도교에서 말하는 개념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내용입니다. 이 종말론은 사람들로 하여금 불안한 마음을 갖도록 하면서 현실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게 합니다. 또 세상이 파멸될 것이라고만 부르짖는 종말론자들의 주장은,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셔서 외아들을 보내 주이서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든지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요한 3,16)는 말씀과도 어울리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몇몇 사람과 어떤 종파, 어떠한 장소에 머물러야만 구원을 얻을 수 있다는 식의 주장은 『이 세상 모든 사람에게 복음을 전하여 주님의 계명을 지키도록 하라』(마태 28,16~20)고 하신 주님의 당부와도 거리가 먼 이기주의적인 발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신 구원은 믿은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이며, 이 믿음은 성서의 어느 한 구절이 아니라 전체적인 가르침과 일치해야만 올바른 것입니다. 그리고 올바로 믿는 이들은 주님께서 오실 것을 기다리면서 『다만 정의를 강물처럼 흐르게 하고, 서로 위하는 마음이 개울같이 넘쳐흐르도록』(아모 5,24) 노력해야 합니다.
지금 한국에서는 단순히 종말에 대한 주장을 넘어서서 자신이 재림 예수라고 주장하는 사이비 종교까지 나타나고 있고, 많은 이들이 현혹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이 사회 안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앙인들이 현세적인 성공과 물질적인 풍요함, 가족 이기주의적인 집단주의가 아니라 매일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겠다는 정신으로 이웃을 자기 몸과 같이 사랑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어려움과 실패 앞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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