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정도의 본인이 잘 아는 할머니 한 분이 계신데, 가끔 안부 전화를 드리면 행복이 가득 묻어있는 맑은 목소리로 오히려 먼저 안부를 나누며, 감사하다는 말을 몇 번이고 하십니다. 수줍음 많은 소녀처럼 말입니다. 얼마 전에 안부가 염려되어 전화를 드렸더니, 여전히 반가워하시면서 이렇게 말씀을 하시더군요.
“어제는 3만원짜리 사다리 하나를 샀어요. 그런데 그게 어제 하루 나에게 얼마나 큰 행복을 주던지. 며칠 전부터 못을 하나 박을 일이 있는데, 손이 닿지 않아 불편했었거든요. 그런데 그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벽에 못을 박았는데, 행복했어요. 그리고 오늘은 이렇게 안부 전화를 주어서 하루 종일 행복할 거예요. 그리고 내일은 내일 하루 종일 행복할 일이 하나는 반드시 있을 거예요. 요즈음 그렇게 하루를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에 감사하면서, 그 하나의 행복으로 단 하루, 오늘 하루를 넉넉하게 살아가고 있어요.”
전화를 끊고 나면, 제가 더 많은 위로를 받게 됩니다. 왜냐하면 본인은 그분의 삶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할머니에게는 힘든 불행의 여진이 다 끝나지 않았는데도, 여전히 꿋꿋하게 당신의 불행과 맞서서 사시는 모습에 감동을 받게 됩니다.
혼자서 자문을 해 봅니다. ‘무엇일까! 무엇이 그 할머니를 그토록 꿋꿋하게 지켜주는 힘일까!’ 그렇다고 그분은 전문적인 상담을 받거나 치료를 받은 적도 없습니다. 그러기에 그 힘든 고통을 어떻게 잘 극복했고, 지금도 잘 극복하고 계신지가 묵상이 되었습니다. 또한 그토록 엄청난 인간적인 고통을 겪으면서도 의연히 두 딸을 훌륭히 키웠고, 나름대로 늘 건강하게 살아가는 모습의 비결, 그게 무엇일까! 어쩌면 그것은 일상 안에서 만나는 아주 작은 행복, 아니 보통 사람들은 ‘그게 무슨 행복이냐!’하며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것도 결코 놓치지 않고, 그 행복 하나를 소중하게 감사하게 받아들이면서, 하루를 진심으로 행복하게 살아가려는 그 마음, 그것이 할머니를 지켜주는 힘이었던 것입니다.
상담 현장에서 때론 사소한 문제마저도 곧 죽을 것처럼 힘든 고통으로 받아들여 ‘내 말 좀 들어봐! 내 고통 좀 봐 줘!’하면서 오히려 가족들에게 더욱 큰 고통을 주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자신의 삶 - 자신의 하루는 온통 불행뿐이라고만 생각합니다. 그럴 때마다 존경하는 그 할머니 생각이 납니다. 하루, 비록 온 종일 고통스러운 나날일지라도, 작은 기쁨 하나를 오늘 하루를 살아갈 행복이라 여기며 사시는 그 할머니의 얼굴이 정말, 간절히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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